[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원전을 포함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또 택소노미에서 제외됐다고 원전 산업계에 자금 조달 등의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정애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택소노미 상 원전 포함여부가 유럽연합(EU)의 경우 회원국 간의 갈등이지만 한국은 국민간의 갈등에 부딪히게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 환경부는 원전을 제외한 K-택소노미 최종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EU 등 국제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국내상황도 감안해 향후 원전 추가 포함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EU 집행위는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금융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발표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지를 규정한 일종의 '녹색금융 투자기준'이다.
EU는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과 LNG발전을 포함하며 각종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원전은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자금·부지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LNG에 대해서는 1㎾h 당 온실가스 270g 미만 배출, 오염이 더 큰 화석연료 발전소 대체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계획과 처리하기 위한 자금과 부지 확보여부 등의 조건이 있어 '실제 이게 작동이 되겠냐'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라며 "독일은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간다 하더라고 2022년에 '셧다운' 하겠다는 계획을 그대로 진행할 것이다. 이처럼 EU가 어떻게 하든지 독일과 오스트리아, 덴마크는 그(원전 셧다운)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K-택소노미에 원전이 제외된다고 원전 산업계에 자금 조달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원전은 수출하고 있고, 수출을 하려는 원전에 대한 투자를 막고 있지 않다"며 "(K-택소노미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자금조달을 할 때 훨씬 저렴한 금리를 적용하자는 것이고, 여기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파이낸싱이 불가능한 게 아닌데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동안 몇 개의 시범사업만 하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보면 (분류체계에 대한 수정 논의를) 시작해서 올해 국민적 합의가 다 돼서 정리가 되면 좋지만 결정이 안 됐을 때는 시간을 두고 보완을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