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급격한 유가상승과 에틸렌 등에 대한 공급과잉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석유화학업계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업황이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17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4.92달러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동향은 기존 전망보다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진단한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지난달 열린 '2021 석유 콘퍼런스'에서 "내년 연평균 국제 유가는 배럴당 72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며 "산유국 감산 등 고유가 시나리오가 펼쳐질 땐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해외경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원유 공급 제약이 심화될 경우 유가가 올해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유가는 곧 석유화학업체 실적에 직결된다. 원유에서 나프타 등의 납사를 추출해 석유화학제품의 핵심이되는 에틸렌을 만들어 팔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 폴리스타이렌(PS), 폴리염화비닐(PVC), 에티리렌비닐아세테이트(EVA) 등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재료로 활용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 지표로 활용되는 NCC마진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NCC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실제로 12월 마지막 주 NCC업체의 1톤당 마진(스프레드)은 308달러로 2021년 연중 바닥 수준에서 맴돌았다.
중국, 인도발 에틸렌 공급과잉에 따른 국내기업의 실적 저하도 우려된다. 실제로 중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은 작년말부터 닝보 지역에 위치한 연 12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시설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여수 NCC공장 전경, 사진/LG화학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증설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공급과잉 전망에 힘을 보탠다. 지난해 여천NCC와 한화토탈은 각각 34만톤, 15만톤을 증설했다. 여기에 국내 정유사들 역시 에틸렌 직접 생산에 뛰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은 에틸렌 75만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1분기 내 가동한다. GS칼텍스는 7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에쓰오일도 에틸렌 150만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내 신규증설 대규모 유입과 중국 경기부진, 코로나 바이러스 불확실성 등을 감안했을 때 2022년에도 석유화학 시황의 유의미한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운 여건이라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요구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표적 굴뚝산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업계가 기존 사업 외 친환경 신사업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한편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 429% 증가한 17조6000억원, 1조9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42조7000억원, 영업이익 5조5000억원의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205% 증가한 수치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