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LG에너지솔루션 초대박의 이면

입력 : 2022-01-20 오전 5:00:00
근 한 달간 장안의 화제였던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각종 신기록을 쏟아낸 그야말로 역대급 공모였다. 이제 곧 삼성전자에 이은 주식시장 2인자 자릴 놓고 SK하이닉스와 경쟁할 것이다. 
 
이번 IPO 과정을 지켜본 투자자 1인으로서의 감정은 오묘했다. 우선 기관 수요예측에 몰렸다는 1경원이란 돈이 낯설었다. ‘경’ 단위의 돈을 현실세계에서 목격했다는 사실이 왠지 현실 같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희한했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하기 전까지 엄연히 LG화학의 이름으로 해오던 사업 아닌가? 몸을 둘로 쪼개 새로운 이름을 달고 주식시장에 입성한다는 이유만으로 LG화학 안에 있을 때보다 몇 배의 몸값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희한하고, 웃기고, 씁쓸했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가 30만원 그대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된다면 이 회사의 몸값은 70조원에 달할 것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100조원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LG화학 한 몸 안에 있을 땐 60조원 정도로 평가받다가 둘로 쪼개서 상장시키니 모회사는 50조원이 되고 자회사는 100조원으로 뻥튀기되는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분할 전 LG화학 주주들은 어떤 심정일까?
 
물론 이번 공모를 통해 새로 발행한 주식이 있으니 몸값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모로 신규 조달한 자금은 10조원 남짓이다. 공모 전 발행주식은 2억주였고 이번에 4250만주를 공모했는데 이중 새로 발행한 주식은 3400만주다. 나머지 850만주는 최대주주인 LG화학이 보유주식 일부를 내놓은 이른바 구주매출이다. 그러니까 이번 공모로 조달한 12조7500억원 중에서 신주를 발행해 유치한 돈은 10조2000억원인 셈이다. 구주매출은 보유주식을 판 거니까 신규 자금 조달과는 성격이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돈의 상당액을 타법인 지분 취득에 쓰고 나머지는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LG화학엔 이만한 자금이 없었을까? 2020년 12월2일 기업을 분할하기 직전인 2020년 9월말 분기보고서를 보면, LG화학은 24조1790억원의 자본잉여금과 15조556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돈을 전부 털어 투자를 할 수는 없겠지만, LG화학 정도의 지명도라면 언제든 수천억원 정도는 싼 이자로 추가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적분할의 이유가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이번 LG에너지솔루션 공모 흥행을 보며 부아가 치민다고 한다. 그럴 법한 것이, 엄연히 주주로서 공동 소유하던 사업인데 정작 이들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과정에서 아무런 혜택도 누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는 바람에 주가가 하락해 도리어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주주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분사의 대의명분으로 내건 게 있으니 사과를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것이다. 이와 반대로 기업을 쪼갠 상태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가 하나로 합쳐놓으면 쪼그라들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이제 POSCO가 물적분할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하루빨리 법이 개정돼야 한다. 특정 주주를 위해 다수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한복판엔 북한이 쏘아대는 미사일이 아니라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경영진의 온갖 의사결정들이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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