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힘있는 자' 앞에 솜방망이인 검찰?

입력 : 2022-01-20 오전 6:00:00
최근 몇 년간 검찰에 국회의원, 거대언론 사주일가 등을 고발해 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2016년 학대에 시달리다가 사망한 고 이미란씨(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배우자)의 친정 가족들을 대리하면서 관련 형사사건의 처리과정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검찰의 문제는, ’힘있는 자‘들 앞에서 약하다는 것이다. 거악을 척결하기는커녕, 거악 앞에서는 칼날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검찰이 불신을 받는 것이다. 수많은 일반 형사사건들에 대해 아무리 기소권을 잘 행사한다고 한들, 0.1%의 힘있는 자들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검찰 전체가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검찰의 행태를 몇 가지 들면 아래와 같다. 
 
첫째, 검찰은 ’힘있는 자‘들 사건에서 ‘시간끌기’를 한다. 심지어 고발한지 3년이 되어서야 기소·불기소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일반 사건의 경우 3개월 내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소위 ‘힘있는 자’들의 사건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는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야 기소·불기소 판단을 한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런 이런 이유 때문에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도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불기소를 하면 공소시효가 끝나 버린다. 항고를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고발인의 항고할 권리조차도 박탈하는 폭거이다. 
 
둘째, ‘힘있는 자’들 사건에서는 압수수색에 소극적이다. ‘힘있는 자’들 사건일수록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 따라서 신속한 압수수색은 수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힘있는 자’를 고발했을 때, 압수수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것은 필자만이 경험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경찰이 수사를 하다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에서 거부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가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에 의해 여러 차례 거부당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건에서는 검찰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니, 그것을 보고 있으면 기가 찬다. 이런 ‘선별적 압수수색’은 ‘선별적 기소’로 이어지고, 사법정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된다. 
 
셋째, ‘힘있는 자’들에게 기소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다. 불기소, 축소ㆍ봐주기 기소가 난무한다. MBN 분식회계 사건에서는 매경미디어그룹의 총수인 장대환 회장을 불기소하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기소를 했다. 방용훈씨 자녀들 사건에서는, 경찰이 공동존속상해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을 검찰이 ‘강요죄’로 축소기소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힘있는 자’들이 ‘나는 몰랐다’고 하면 검찰이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도저히 몰랐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도, ‘몰랐다’는 말을 그대로 믿으니 검찰은 피의자들의 말을 들을 때에도 ‘선별적 청취’를 하는 것같다. 
 
물론 많은 검사들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안다. 그래서 검사들을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문제는 정치화되고 권력화된 일부 검사들, 그리고 ‘힘있는 자’들의 눈치를 보거나 그와 유착한 일부 검사들이 문제이다. 그들이 검찰 전체를 망치고 있다. 
 
이것은 단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이 깨지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소수의 특권층은 법을 위반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국가는 ‘민주공화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런 나라는 ‘소수의 과두계급이 지배하는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힘있는 자’ 앞에서 약한 검찰이 대한민국을 그런 나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이런 현실을 보면 통곡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2항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것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제헌헌법부터 존재했던 조항이기도 하다. 
 
참담한 사실은 이미 대한민국에는 사회적 특수계급이 존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것을 만든 주체 중 하나가 검찰이다. 그래서 검찰개혁은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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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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