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영국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 방역 수칙을 사실상 완전히 해제하는 '위드 코로나'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실내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권고, 대형 행사장 백신패스 사용 등의 조치가 담은 ‘플랜B’를 26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모든 방역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영국 국민들은 대규모 행사장에 들어갈 때 더 이상 백신패스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백신패스를 원하는 곳들만 자발적으로 사용하면 되며, 실내를 포함한 어디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존슨 총리는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났다고 본다”며 “부스터샷 정책이 성공적이고 국민이 ‘플랜B’를 잘 따라준 덕에 ‘플랜A’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플랜A는 실내 환기, 코로나 백신 접종 등 기본적인 조치에 해당한다.
1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 시간에 발언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중 파티 참석' 논란으로 의회에서 사임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사진/뉴시스
데이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 특사도 영국이 코로나 종식 첫 번째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나바로 특사는 지난 17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영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것과 같다. 다만 끝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이달 초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다치를 찍기도 했다.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여 최근 며칠 사이엔 8만~9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신규 확진자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확산세를 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영국 내부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의료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위드 코로나 재시행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과 반대로 유럽의 이웃국가인 독일, 덴마크 등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운 존슨 총리가 정치적 술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존슨 총리는 최근 보궐선거 참패와 핵심 각료 이탈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게다가 봉쇄 기간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파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정치적 난국을 벗어나고 방역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집권당 의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위드코로나 정책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월19일(현지시간) 화가 가야 마르가가 런던 다우닝가 외곽에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을 비판하는 그림을 들고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