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신을 구하러 온 여성 소방관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검찰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신세아 판사는 21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대변인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에서 술 취해 빙판에 넘어져 코뼈가 부러진 채 두 시간 방치된 정 전 대변인이 구급차 탑승을 안내한 여성 소방교의 왼뺨을 때려 구급 활동을 방해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정 전 대변인의 변호인은 "대체로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면서도 "당시 소방공무원임을 인식할 수 없어서 소방공무원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증거로 제출된 CD를 재생했다. 영상에서 소방관들의 부축으로 일어선 정 전 대변인은 "(구급차에) 들어가실거예요"라고 묻는 여성 소방관 왼뺨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때렸다. 정 전 대변인은 자신을 제압한 소방관들이 "선생님 지금 구급대원을 때리셨다"고 말하자 "오 마이 갓"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정 전 대변인 측이 검찰의 증거에 모두 동의해 결심공판으로 진행됐다. 검찰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하자 정 전 대변인 측은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소방관들이) 코로나19 방호복을 입고 있어 이들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을 위해 출동안 소방대원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한겨울 코뼈가 부러진 채 두 시간 가까이 방치돼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손찌검 이후 소방대원들이 피해자 신분을 알린 뒤에야 상황을 파악하는 등 심신미약 상태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부상이 경미한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은 점 등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정 전 대변인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낙담해 선배들로부터 자문 받았다"며 "평소보다 과하게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제 행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생 반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전 대변인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1일 열린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016년 11월30일 오후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로 박영수 변호사를 임명했다고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