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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는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보유하고 있는 공공 자원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자국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등 주파수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관 및 사업자에게 주파수를 할당한다. 주파수 혼·간섭 없이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 전체, 또는 일부 지역을 기준으로 그 용도에 맞게 주파수를 나눠주는 것이다. 주파수는 통상 5~10년 단위로 할당과 회수를 반복한다. 이때 사업자는 주파수를 관리하는 국가에 할당 대가를 납부해야 한다. 할당 대가는 이용 기간과 주파수 폭, 확장 가능성 등을 반영해 경매·재할당 등 법에 정한 방식으로 산정된다.
정부는 할당된 주파수의 활용도가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할당될 주파수에 문제가 없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최근 2G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정부가 해당 주파수를 회수한 것이 그 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2020년 11월 3G·LTE(4G) 용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내놨다. 2021년 6월과 12월 해당 주파수의 이용 기한 만료를 앞두고 2G~4G용 주파수 310㎒ 중 3G·4G용 주파수 290㎒ 폭을 기존 사용자에게 재분배한 것이다. 박승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주파수를 적시에 정량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활용 기간뿐만 아니라 주파수 품질을 직접 관리·감독한다. 할당된 주파수에서 혼·간섭 등 문제가 발생해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재할당을 결정한 5G용 20㎒ 폭 주파수도 혼·간섭 문제로 분배가 약 3년 연기된 바 있다.
지난 19일 미국 레이건 워싱턴 국립공항에 착륙할 준비를 하는 제트블루 여객기. 사진/뉴시스·AP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공항 주변 5G 서비스 개통 연기 사태가 주파수 관리 실패 사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3.7∼4.2㎓의 5G 중대역인 C-밴드 대역 주파수를 할당했다. AT&T와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사들은 지난 19일 이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5G 서비스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항공청(FAA)은 5G가 서비스가 공항 관제탑과 항공기가 주고받는 전파의 주파수 대역(4.20~4.40㎓)과 인접해 있어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AT&T와 버라이즌은 공항 주변에서의 5G 서비스 개통 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AT&T와 버라이즌이 해당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기 위해 미국 정부에 지불한 대가는 670억 달러, 한화로 약 80조원에 달한다.
미국과 같이 주파수를 할당받고도 사용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주파수 조정 및 측정 과정을 거친다. 3.4~3.42㎓ 대역 20㎒ 폭 주파수의 경우에도 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박승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은 "2018년 주파수 공급 당시 300㎒를 분배하냐, 280㎒를 분배하냐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그 때 클린 주파수를 내놓지 않았다면 FAA가 당하고 있는 여러가지 곤욕스러운 광경이 우리에게도 일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FAA의 사례를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며 "간섭이 일어나는 주파수를 사업자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고 되물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