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배달 위주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 A씨는 지난해 서울시의 다회용기 시범사업에 동참했다. 서울시가 다회용기 사용에 드는 비용까지 지원한다고 하니, 환경보호를 위해서라도 참여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메뉴마다 맞춤 포장이 가능한 일회용품에 비해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는 것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직원이 퇴사하며 어쩔 수 없이 다회용기 사용을 멈췄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배달앱 다회용기 시범사업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동참했던 일부 음식점들은 다회용기 사용을 아예 접기도 했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에 공감을 하면서도 포장의 어려움과 다회용기 구비로 인한 비용 효율 등을 지적했다.
압구정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 시대에 손님들이 다회용기를 찝찝해 하까봐 업체에서 세척된 용기가 와도 한 번 더 세척을 해서 보낸다"라며 "처음엔 환경보호를 생각해서 동참했지만 영세업자 입장에서는 일손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큰 그림을 생각하기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코로나19 시대에 사회문제로 떠오른 음식배달 폐기물 문제의 해법으로 '다회용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해 10월부터 배달 플랫폼인 '요기요'와 함께 강남구 일대 음식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용기 리턴 사업을 하는 '잇그린'을 용역업체로 선정하고 다회용기 대여·수거·세척·재공급 서비스를 하게끔 1억원을 지원했다.
시범사업 도입 당시 서울시는 3가구 중 1가구를 차지하는 1인 가구에서 다회용기에 대한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은 음식을 따로 처리하거나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선호도는 높지 않다는 반응이다. 당초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수거비와 음식물 처리비 등 환경부담금을 1000원 부담해야 한다는 점과, 다회용기에 대한 낯선 인식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각 업체들은 '추가비용없음'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며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자영업자들이 일의 효율과 경제성을 이유로 다회용기 사용을 반려하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의 낯선 인식이 맞물렸지만 서울시는 다회용기 지원사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다회용기 사업이 도입될 경우 소비자의 비용 부담과, 업체들의 능률, 이로 인한 실효성 문제 등은 개선 사항으로 남는다. 서울시는 다회용기 사용은 제로웨이스트 도시 등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필수라고 보고, 관련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몇 사업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들은 다회용기 사용에 긍정적"이라며 "사업이 초반이라 결과가 다소 눈에 띄지 않더라도, 일회용품 쓰레기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개선하며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요기요에 다회용기 서비스가 표시된 모습. 사진/요기요 캡처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