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과 카드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이번달 연매출 30억원을 넘는 자동차, 백화점, 대형마트, 통신사 등 대형가맹점과 카드 수수료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달 말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상에 대한 공문을 발송했다. 대형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당정이 책정하는 영세·중소가맹점과 달리 3년마다 업체별로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수수료율 상한선인 2.3% 수준 아래서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대형 가맹점 역시 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열고 연매출을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구간별로 0.1~0.3%p 수준의 요율 인하를 결정한 바 있다.
카드사들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는 것도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인하를 압박할 근거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1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늘었다. 아직 4분기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미 전년 한 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프라인 매출이 감소한 유통업체 등의 경우 실적이 악화한 상황이다.
반면 카드업계에선 결제부문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지난 2018년부터 결제부문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수수료 추가 인하로 연간 4700억원 비용 부담이 더 늘었다. 실적이 개선된 점도 결제부문 이익이 증가한 게 아닌 비용 절감 효과가 컸다고 반박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증가를 이유로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대출 수요가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을 뿐 결제부문 비용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카드사들은 수수료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라고 호소한다. 대형 가맹점의 경우 매출 규모가 커 상대적으로 협상 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협상 때도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와 카드 수수료 협상 당시 계약 해지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면서 카드사가 처음 제시했던 수수료 인상률의 절반 수준까지 낮췄다. 대형마트들도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면서 협상을 반년 가까이 끌었고 당초 제시안에 비해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의 경우 더 낮아지는 경우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를 계기로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 못하게 하면서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대형 가맹점까지 구조적으로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대형가맹점이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율 인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하율 하한선을 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무수납제 폐지로 소형 가맹점의 불만이 해소되면 상대적으로 대형 가맹점의 인하 요구도 완화될 수 있다"며 "또 대형가맹점이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율 정한다면 하한선을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개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과 카드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