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첫 TV토론 '카운트다운'…후보별 전략은?

"말보다 태도가 중요"…이재명, 부인 의전논란 집중공세 받을 듯

입력 : 2022-02-03 오후 4:25:15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등 대선주자 4인은 3일 첫 TV토론회를 앞두고 일정을 최소화한 채 준비에 매진했다. 각 주자들은 TV토론을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승부처로 보고 최대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유력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상대에 대한 공세와 함께 방어에도 치중하는 한편 높은 비호감도를 타개할 이미지 전환에도 힘써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앞선 두 주자에 대한 양비론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흐름의 30%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있는 이 후보는 '이재명은 유능과 통합, 윤석열은 무능과 분열'이라는 기조 속에 국정운영 능력과 정책 이해도를 강조하는 한편 정권심판 여론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겸손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정책과 비전에 주목하면서 상대 후보들이 네거티브로 일관하더라도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등 의혹이 끊이질 않으면서 상대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이 후보가 '욱'하거나 역으로 상대 후보를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면 자칫 비호감도만 높일 수 있다.  
 
상대 후보를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등의 태도로 일관하다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다. 2012년 대선 TV토론회에 나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정희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까지 거론하며 시종일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말도 TV토론에서 나왔다. 논리와 언변에서는 이 후보가 이긴 듯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TV토론 이후 박 후보에 대한 지지층 결집이 강해졌고,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치솟았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도 "이 후보도 내용보다는 이미지, 태도 등에 더 각별히 유념해서 TV토론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 대비해 지난달 28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사전 리허설도 가졌다. 리허설 당시에는 조응천 의원이 윤 후보로, 채이배 전 의원이 안 후보, 권인숙 의원이 심 후보 역할을 맡아 대장동·경제·젠더 이슈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윤 후보는 공세적 태도로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이 후보의 도덕성을 집중 검증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의 정책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 질문을 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후보는 그간 이 후보에게 대장동 의혹만을 주제로 양자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던 만큼, 이 후보의 도덕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최근 불거진 김혜경씨 의전 논란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될 공산이 크다. 이번 토론회는 부동산(22분), 외교·안보(22분), 일자리·성장(30분)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정책 토론이 이뤄지고, 30분간 자유롭게 주도권 토론이 펼쳐진다. 윤 후보는 부동산 분야와 주도권 토론 상당부분을 이 후보에게 할애한다는 방침이다. 아픈 곳만 찌르겠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안철수(앞줄 왼쪽부터)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김부겸 국무총리, 이상택 매일신문사 대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안 후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갖은 의혹과 비교해 흠결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 후보가 장남과 부인, 윤 후보가 부인과 장모 등 가족 리스크에 직면한 점을 짚으며 자신의 무결점 가족 부분을 집중 부각한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와 윤 후보와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가 본인과 가족에 대한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라며 "도덕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 같다"고 했다.  
 
동시에 안 후보는 말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 후보는 말 한 마디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패한 원인 중 하나로 'TV토론'을 꼽은 바 있다. 안 후보는 당시 TV토론에서 "제가 MB아바타인가",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등의 발언을 하면서 스스로 MB아바타 프레임에 갇혔다. 치솟던 지지율도 급락했다.  
 
심 후보는 존재감 부각에 힘쓸 전략이다. 심 후보는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심상정의 1분을 나눠드립니다', '심상정이 대신 물어드립니다' 캠페인을 통해 3명의 다른 후보들에게 할 질문을 모았다. 정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심 후보는 이 캠페인을 통해 정치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목소리를 대선의 한복판으로 갖고 오겠다"고 했다. 또 심 후보는 주4일제, 심상정케어, 시민최저소득 100만원, 모병제 등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해, 진보정당의 부활도 노린다.  
 
전문가들은 TV토론회에서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만약 특정 세대를 모욕하는 등의 발언이나 태도가 보일 경우 TV토론회 이후 논란이 증폭되면서 지지율 하락을 맞을 수 있다"며 신중함을 강조했다. 다만, TV토론회가 지지율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대선을 30여일 남긴 상황에서 지지할 후보는 대략 정해졌다"며 "지지하는 후보가 TV토론회에 공격을 받으면 안쓰러운 마음에 더욱 결집하게 되고, 토론을 잘 하면 잘 한다고 지지하는 식으로 확증편향만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