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PCR(유전자 증폭) 검사 할 때 보다 속도가 안 난다. 현장에서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붐빈다."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가 전면 도입된 첫날인 3일, 선별검사소에서는 현장 인력과 시민들 모두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기존에는 PCR 검사만 했기 때문에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만 하면 됐지만, 신속항원검사 도입 후 양성 검사자 대기줄까지 두 갈래로 나뉘면서 혼돈이 생긴 것이다.
서울 중구의 한 선별검사소에는 대기 장소가 빨간줄, 노란줄로 구분돼 있었다. 빨간줄 안쪽은 오전에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고 PCR 검사를 하려다가 점심시간에 막혀 다시 대기하러 온 사람들이 서는 곳이었다. 노란줄은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대기하는 곳이다. 두 대기줄 뒤쪽에는 전자문진표를 작성하기 위해 QR 체크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십미터 길이로 서 있었다.
대기줄이 세 갈래로 나뉘면서 현장 안내 인력은 연신 똑같은 안내를 반복했다. 그러나 새로운 검사 체계가 생소한 시민들은 줄을 어디에 서야 하는지, 전자문진표는 언제 작성해야 하는지 우왕좌왕 했다. 곳곳에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은 탓에 일일이 안내문을 가까이서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전자문진표를 작성한 시민은 카카오톡으로 알림 문자를 받고서야 천막 안에 설치된 곳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자문진표를 작성하기까지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더 걸리는 듯 보였다. 줄을 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전자문진표가 도입 취지와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이유는 정부의 불안한 시스템으로 인해 문진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시스템 접속 인원을 분산시키기에 급급했다.
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안내를 하던 직원은 "원래는 전자문진표 작성을 미리 하고 대기하는게 맞다"면서도 "그런데 한꺼번에 접속하면 서버가 폭발하기 때문에 대기줄 근처에 왔을 때 작성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PCR 검사를 할 때보다 선별검사소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하는 모순도 생겼다.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는 선별검사소에서 수령해 집에서 해도 된다. 그러나 만일 양성이 나온다면 다시 선별검사소를 방문해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재방문의 번거로움 때문에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나오는 15분 동안 검사소 내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것이다.
이 또한 인원을 다량으로 수용하게 되면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 시간차를 두고 시민들을 들여보내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체감하는 속도는 기존에 PCR로만 진행할 때 보다 검사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임시선별검사소 안내 직원도 "PCR 검사만 할 때는 오후 6시 기준으로 하루 2000명 이상 검사를 해왔다"며 "오전에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이 나온 사람들 중 250명이 시간 때문에 오후로 밀렸는데, 이 인원들 까지 합하면 기존 검사 인원보다 500명 정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부터 동네 지정 병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려면 일일이 전화 등으로 확인해야 한다. 대기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별도의 통합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한 동네 의원 직원은 "이미 병원에 신속항원검사자들이 줄을 서 있어서 지금 와도 검사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며 "스마트폰 앱으로 대기 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원도 있지만 아마 병원에 일일이 확인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용 자가진단키트가 의무적으로 도입된 첫날인 3일 서울 중구의 임시선별검사소 앞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