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낮추고 은퇴 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이는 고령층 노후가 부동산 경기 변동과 연관성이 높은데 따른 것으로, 주택의 집값이 연간 10% 오를 경우 은퇴 확률은 1.3%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9일 발간한 'BOK 경제연구-주택의 자산가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공급과 은퇴결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6년 기준 55~70세 고령자 3664명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 간 주택 가격 및 노동공급상황을 추적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2006~2018년 중 고령화 패널과 주택매매 가격지수(한국부동산원)를 결합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됐다.
그 결과 보유주택의 자산가치가 연간 10% 상승할 경우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5.9%에서 34.1%로 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근로시간은 18.4시간에서 17.3시간으로 6.1% 즐었다. 은퇴 확률은 65.7%에서 67%로 1.3%포인트 상승하는 등 노동공급이 축소됐다는 것이 한은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70%에 이르며 고령 가구로 갈수록 주택소유율이 높은 만큼, 주택 가격 상승이 고령자의 노동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에 따른 영향은 성별, 연령대, 근로 형태에 따라 차이가 발생했다.
남성 근로자는 여성 근로자보다 주택자산 증가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의 폭이 컸다. 또 실질은퇴연령인 72세에 가까워질수록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가 노동공급과 은퇴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에 따른 부의 효과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서 발견되며, 상대적으로 임금근로자의 노동감소 효과가 높았다.
추가적인 분석에서는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과거에 예상한 수준을 상회할 경우 주택 보유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고, 은퇴 확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 가격이 최근 3년간의 가격 추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예상 수준보다 10%포인트 더 상승할 경우,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근로시간은 각각 6.5%포인트, 6.4% 하락했다. 또 은퇴 확률은 4.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주택 가격이 예상한 수준만큼 상승한 경우엔 생애주기 이론이 시사하는 대로 노동공급과 은퇴 결정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 주택 자산가치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우리나라 고령층의 노후가 부동산 경기 변동과 연관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안정, 가계의 보유자산 다양성 확대 등을 통해 가계 보유자산이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령층의 노동공급도 비교적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으므로, 고령층 노동수요와 공급 간 매칭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9일 발간한 'BOK 경제연구-주택의 자산가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공급과 은퇴결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6년 기준 55~70세 고령자 3664명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주택 가격 및 노동공급상황을 추적 조사했다.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