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판이 시작됐지만 연루 의혹이 있는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지 오래다. 특히 주가조작 시기에 거래가 없다던 해명과 달리 해당 기간에도 거래를 한 정황이 나오면서 목소리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2020년 11월4일 이후 15개월이 흐른 현재까지 김 씨는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과정에서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해당 사건의 다른 관계자들은 작년 12월 구속기소 됐다. 지난 4일에는 권 전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이모씨, 전직 증권사 임원 김모씨 등에 대한 첫 공판도 열렸다.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서초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자택이 있는 건물 인근 도로에서 김건희 대표의 전화통화 발언 등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검찰은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이고 서면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달 김씨에게 소환 통보는 했지만 김씨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 평론을 많이 하고 있는 김필성 변호사는 "모든 사람이 틀림없이 뭐가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해도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기소를 못 할 수 있지만 이런 사건에서 서면조사도 없었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봐주기를 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KBS는 전날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범행 기간을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로 봤고 김씨는 2012년 11월까지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주가 조작 재료를 모은 1단계에서는 신한증권 계좌를 주로 이용했고 주가를 띄운 2단계에서는 신한증권이 아닌 다른 증권사 계좌로만 거래했다.
김씨 측은 2010년 5월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해왔고 신한증권 계좌만 공개한 바 있다.
2012년 11월까지 주식거래를 했다면 김씨가 이모씨에게 신한증권 계좌를 맡긴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해에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주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장식 변호사도 "2010년 5월 이후 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거래 사실이 나왔다"며 "권 전 회장 등이 구속된 상황에서 김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전형적인 눈치 보기"라고 지적했다. '말 맞추기' 등을 막기 위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소환과 기소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라고도 강조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관련자를 기소했으면 수사는 마무리됐다고 봐야 하는 데 (김씨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의혹만 쌓인다"며 "대선 이후에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전에 혐의 여부에 관해 명명백백히 결론을 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