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매출 6조원 고지를 밟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가파른 성장을 이뤄낸 두 회사는 오는 3월 새 수장을 맞는 공통의 과제도 앞두고 있다. 커머스·콘텐츠·메타버스 영역에서 꾸준한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입을 모은 양사는 상생과 혁신의 가치를 잃지 않겠다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카카오는 2021년 매출 6조1361억원, 영업이익 596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47.6%, 영업이익은 30.9%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광고 이외에 커머스(선물하기·톡스토어·메이커스 등), 콘텐츠(웹툰·웹소설·미디어·게임 등), 모빌리티 등 신사업군이 고른 성장을 이룬 결과다.
여민수 대표는 지난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서비스 융합을 통한 시너지 강화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노력한 결과 카카오톡은 단순 메신저를 넘어 온오프라인에서 우리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카카오를 떠나게 된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일련의 논란에 대해 아쉬운 소회도 전했다. 작년 여름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을 기점으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 문제가 대두됐고 결국 김범수 의장이 국감에 출석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이 됐다. 이후 카카오는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카카오의 새 수장으로 발탁해 쇄신을 꾀했지만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으로 50여일만에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새 내정자로 세우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여 대표는 "지난 4년간 카카오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면 전 국민의 지지 속에서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 대표는 후임자인 남궁 내정자에게 미래 지향적인 혁신이라는 숙제를 남겨줬다. "우리 사회가 카카오에 바라는 모습은 기술의 혁신을 넘어 새로운 영토로의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카카오의 역량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시도하라는 조언이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영역에서의 입지 강화에 보다 주력할 방침이다. 크러스트에서 주도하고 있는 클레이튼 블록체인이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의 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를 위해 P2E, NFT(대체불가능한토큰),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글로벌 탑티어 메인넷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사회적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전개한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상장 직후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점을 감안해 남은 자회사의 상장도 중장기적 발전 로드맵에 맞춰 신중히 접근한다. 배재현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준비를 시작한 픽코마 이외 기업공개(IPO)의 구체적 타임라인이 결정된 자회사는 없다"며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 IPO가 거론되는 자회사들은 매출이 없었던 사업 초기부터 신규 법인을 설립해 외부 자금 투자를 받아 키워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모회사인 카카오에 대해서도 "톡비즈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주요 사업부의 물적 분할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성숙 대표가 임기보다 1년 일찍 물러나는 네이버도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자축보다는 신임 경영진이 쇄신과 도전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았다. 한 대표의 퇴진의 단초가 된 경직된 조직 문화 개선과 함께 네이버의 숙원인 글로벌 진출 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 사진/네이버
지난달 27일 네이버는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28.5% 증가한 6조8176억원, 영업이익이 9.1% 늘어난 1조325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매출이 6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3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같은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성원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던 한 대표는 "지난 5년간 CEO 역할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사업적 기반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경영진은 지금까지 쌓은 네이버의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도전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올해가 신세계·소프트뱅크·하이브 등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 성과가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경영진 하에서 글로벌 협력 체계가 좀 많아져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 대표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는 이해진 GIO와 글로벌 사업 보조를 맞췄던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가 낙점됐다.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김남선 투자·글로벌 인수합병(M&A) 책임리더가 향후 네이버의 안살림을 챙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