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정부의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학계 전문가 15명이 금융감독원을 대신할 새로운 공적 민간기구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감원이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에 압도 당해 제대로 된 감독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궁극적으로는 금융위가 맡고 있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기능을 분리해 각각의 역할을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분야 학자 15명으로 구성된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금융감독 개혁 과제를△감독기구의 조직 △감독 권한의 배분 △감독기구의 운영 △감독 기법의 전환 등 4개 측면으로 구분했다.
우선 금융감독이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공적 민간기구가 중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신용카드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부터 최근의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까지 많은 금융사고가 잘못된 금융산업정책이 금융감독을 압도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금개모 공동대표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희가 고대하는 것은 금감원이 아닌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최근 호주가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감독평가기구를 만들어서 외부 감시 기능을 하도록 했는데 이런 사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역할을 보면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권한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학계에선 정부와 금융감독기구 간에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고, 금융감독의 책임에 걸맞은 권한 부여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개모는 금융감독기구의 청렴성과 책임성 제고도 요구했다. 이들은 일부 금융감독기구 종사자들이 금융사의 로비에 포획되거나 일신의 양명을 위해 공정하고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 관행의 변화도 촉구했다. 현재 복잡하게 규정화한 금융감독 시스템으로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감독의 유효성을 확보하면서 금융감독기구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정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대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감독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만큼 새 정부가 이 개혁 과제를 조속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