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연초 밥상물가가 비상이다. 원재료값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서민 밥상물가 부담 우려도 커진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로 1년전보다 3.6% 올랐다. 상승률은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10월부터는 줄곧 3%대를 유지하고 있다. 4개월 연속 3%대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지난달 외식물가는 일제히 오르면서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5%로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갈비탕(11.0%), 생선회(9.4%). 소고기(8.0%) 등을 비롯한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일제히 1년 전보다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김밥(7.7%), 햄버거(7.6%), 설렁탕(7.5%), 라면(7.0%), 짜장면(6.9%), 치킨(6.3%), 삼겹살(5.9%), 돈가스(5.7%) 등의 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차질사태까지 겹치면서 물가상승을 압박했다.
여파는 원재료값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식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3일 비비고 브랜드의 냉동만두 가격을 평균 5~6% 올렸다. '비비고 왕교자' 490g 두개 묶음 가격이 8480원에서 8980원으로, '비비고 납작군만두' 1.4kg은 9980원에서 1만480원으로 인상했다.
풀무원은 10일 얇은피 꽉찬속 고기만두 400g 두개 묶음 제품 가격을 5.9% 올렸고 동원F&B는 17일 냉동만두 제품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한다. 오뚜기는 구체적인 시기와 인상률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냉동만두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높은 라면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앞서 지난해 8월
농심(004370)은 신라면 등 라면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6.8% 올렸다. 농심이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16년 12월 4년8개월 만이다. 이에 오뚜기,
삼양식품(003230)도 라면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인상 대열에 올라탔다. 지난해 말 롯데리아가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4.1% 올리자 버거킹도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9% 인상했다. 쉐이크쉑도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3% 인상한 데 이어 맘스터치도 버거와 치킨 제품의 가격을 각각 300원, 900원 올렸다.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는 음료 46종의 판매 가격을 100~400원 올렸고, 이어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탐앤탐스 등도 이에 동참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상승률이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올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2.5% 올라 2011년(4%)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근원물가 상승률은 1.8%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인상 최후의 보루였던 라면과 쌀의 가격도 올랐다"며 "코로나로 인해 소득은 그대로거나 줄었는데 물가만 치솟다 보니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2월 소비자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이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 담합 등 불법 인상이나 과도한 인상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 등 부처 간 점검, 12개 외식가격 공표 등의 시장 감시 노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죽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짜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등 주요 외식품목 12개의 가격 등을 이달 말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홈페이지에 매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