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업자의 편의를 봐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혐의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했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조사도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곽 전 의원을 강제 구인해 조사했다. 곽 전 의원이 뇌물과 알선수재, 정치자금법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된 지 12일 만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지 않도록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알선수재)으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될 당시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알선수재·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검찰의 보강수사가 난항인데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다른 관련자 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50억 클럽' 수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검찰은 구속 후 보강 수사에 속도를 내려고 했지만 곽 전 의원이 계속해서 출석 조사를 거부해왔다. 구속기한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첫 조사가 진행됐지만 검찰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조사에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이미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법정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곽 전 의원 측은 지난 14일 "피의자 신문조서가 230페이지를 넘어갈 정도로 충분한 조사를 받아 검찰에서 더 이상 진술할 얘기가 없다"며 "법원에 가서 피의자의 무고함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신속한 기소를 원해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 측은 또 "검찰이 하나은행 간부가 누구인지 특정도 하지 않고 어떤 청탁을 하고 무슨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는지 증거가 없음에도 영장청구서에 거의 허위에 가까운 내용을 기재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변호사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둔갑시켰다"고 강조하면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결국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보강조사 외에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거확보에 집중해 기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이 있는 김만배 씨와 남 변호사를 조사한 바 있다.
기소하더라도 혐의 입증에 난관이 예상된다. 서초동에서 형사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한 변호사는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첫 구속영장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5000만원 뇌물 혐의가 추가된 두 번째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추가 증거를 확보했을 수도 있지만 알선수재는 입증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을 제외하면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진행된 게 없다. 검찰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박 전 특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권 전 대법관도 두 차례 소환했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를 검토할 만큼의 혐의점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사도 받지 않았다.
다른 변호사는 "수사가 많이 늦어져 관련자들끼리 진술을 조율하지 않았겠느냔 걱정이 있지만 검찰의 의지에 따라 혐의 입증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수사를 대선 이후에나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