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변희수 하사 같은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위한 사회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대 내 트랜스젠더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장치의 미비로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16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토론회 토론자인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변희수 하사는 군에도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며 “이제 복무를 허용할 것이냐와 같은 1차원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들을 우리 군이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책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박한희 변호사는 군대 내 트랜스젠더에 대한 구체적 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변희수 하사는 재판 시작 전에 망인이 됐지만, 변희수 하사 외에도 군 내에 트랜스젠더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생 시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젠더 259명 중 42.1%(109명)이 군 복무를 마쳤거나 현재 군 복무 중이라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엄연히 군에 트랜스젠더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지침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2010년에는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해 현역병 판정을 내리고 입소하게 한 뒤 귀가 조처를 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변희수 하사 사건을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홍 교수는 “변 하사의 사건은 한국 사회 내 인권 수준의 후진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만약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인권 수준이 높았다면, 군 역시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한국에서 트랜스젠더가 정책대상으로 다뤄진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가 트랜스 젠더에 대한 차별적 요소 및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트랜스젠더 차별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 정책집단으로서의 트랜스젠더 가시화와 미디어를 통한 인식 개선 △차별금지법 제정 등 입법적 개선 △주민등록번호 등 식별번호 개편 및 신분증 등 공문서 상 불필요한 성별 표기 삭제 △성별 정정 요건 완화 및 절차 개선 등을 제안했다.
고 변희수 하사는 지난 2019년 11월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육군에 의해 강제 전역 당했다. 당시 그는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길 희망했고,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변 하사는 소송 중이던 지난 2021년 2월27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법원은 같은 해 10월, 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고 변희수 하사가 지난 2020년 1월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