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어 번 주식투자와 관련한 칼럼을 썼다. 첫 번째는 대놓고 주식 팔라는 얘기였고 다른 칼럼도 결은 비슷했다. 동학개미 열풍에 동참했다가 유동성 파도를 타고 두둥실 떠올라 운 좋게 수익이 났다면 주가 좋을 때 잘 팔고 나가라는 얘기,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주식을 배웠으면 좋겠지만 돈맛부터 본 사람은 유혹에 흔들리기 쉬우니 일단 떠나라고 권유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반대의 얘길 하려 한다. 이제는 사라고.
기자는 점쟁이가 아니다. 주가가 오를 것, 내릴 것을 내다보고 사라마라 하는 것이 아니다. 비싸니까 팔자는 것이고 싸니까 사자는 것이다. 마치 마트에서 어떤 상품의 가격을 보고 “이거 평상시보다 많이 비싸네요, 나중에 사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그땐 비쌌고 지금은 살 만한 가격이란 뜻이다. 상장기업들이 버는 이익에 비해서 그렇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주식투자다. 비쌀 때 샀다가 쌀 때 포기하고 나올 거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주식투자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투자라고 한다. 주가가 크게 하락해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매수해야 하고, 끝도 없이 올라 모두가 환호할 때 빠져나와야 한다.
말이 쉽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안다. 절대다수와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때로는 다수로부터 조롱받을 수도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구루 워렌 버핏도 시대에 뒤떨어진 투자를 한다며 ‘한물 간 늙은이’라고 손가락질 받은 일이 더러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팔로우하는 투자고수들의 SNS에 주식 매수를 독려하는 글이 늘어나기 시작한 날을 기억한다. 지난달 증시가 급락해 코스피 2800선이 무너질 때부터였다. 2700선이 깨진 날엔 평소 투자의견 내는 것을 꺼려하는 고수까지 등장해 주식 매수 호기임을 알렸다. 같은 시기 대부분의 언론들은 250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증권사들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었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언제 오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주가차트에 추세선과 지지선, 저항선을 죽죽 그어가며 언제, 어디까지 오를지 내릴지 맞출 능력이 내겐 없다(한때는 그랬지만 무의미하다 결론 내렸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좋은 점이 무언가? 다음 분기, 상반기, 또는 올해 안에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운용성과 안 좋다고 책망 받을 일 없고 인사고과나 연봉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싸게 샀으면 언젠간 오르겠지 믿고 기다리면 된다. 물론 그 사이에도 투자한 기업이 본업을 잘 해가고 있는지, 변화는 없는지 점검은 해야 한다.
오래 지켜본 고수 한 분은 종목 선택의 기준이 ‘2배 오를 수 있는 종목’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거기엔 “3년 안에 오를 수 있는”이라는 전제조건도 달려 있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살 수는 있어도 언제 오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운 좋게도 3년보다 일찍 수익을 실현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게 운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적금에 가입해 본 사람은 알 거다. 1년이란 시간, 은근히 빨리 돌아온다. 그런데 유독 주식에 투자할 때는 1년 기다리는 것을 못한다.
3년 기다리는 것은 도저히 못하겠으면 최소한 1년 동안엔 절대로 팔지 않을 종목 하나를 계좌에 들여 보자. 1년이란 여유를 전제하고 투자종목을 고르면 이전보다는 수월하게 후보군을 추릴 수 있을 것이다.
연애하던 시절, 약속시간보다 먼저 나와 연인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설렐 수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자. 연애까지 들먹인 마당에 ‘오를 수 있는 종목을 골라 기다려야 한다’는 토를 달지는 않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