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초구 잠원동에서 20년 가까이 초·중·고 보습학원을 운영했던 A원장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2월을 끝으로 폐업을 결정했다. 영업시간 연장 소식이 들리지만, 팬데믹 상황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데다 매달 400만~500만원의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영업제한 방침이 수시로 바뀌면서 수업 시간표 조정이 될 때마다 학생들이 대거 이탈한 지 2년째다. 대출금은 폐업하며 돌려 받은 보증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오는 3월 대출 상환을 시작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인상과 더불어 빚을 더 낼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급히 폐업을 결정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용산구 한강로에서 필라테스 시설을 운영하는 B대표는 "필라테스 기구는 중고거래를 해도 100만원 이상 고가이기 때문에 몇 개 팔면 급한 불은 막을 수 있다"라며 "중고거래 자체가 손해를 보는 거지만 거리두기 조정을 여러 번 했어도 휴업 상태인 것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폐업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달부터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종료되면서 이들의 대출 상환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폐업을 하게 되면 기한이익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문을 닫을 수도 없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폐업이나 휴업자에게도 대출금 상환 유예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18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021년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건수는 221만3000건, 대출 액수는 259조3000억원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대출 건수는 58.6%, 대출액수는 23.1% 각각 증가했다. 서울회생법원 개인파산 신청 건수도 2019년 9383건에서 2021년 1만873건으로 증가했다.
김성우 전국실내체육시설비대위 회장은 "곧 대출금 상환 유예가 종료되는데 하필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난감하다"며 "폐업을 하려면 대출 전액을 일시 상황해야 하기 때문에 또 빚을 더 내서 연명하는 등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국실내체육시설비대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코로나19로 영업 피해를 입은 중소상인·시민단체는 △대출금 상환유예 조치 연장 △저금리 대환·원리금 장기분할상환 △손실보상 확대 △채무조정 적극 지원 △폐업신청 시 채무 상환 경감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정부에 꾸준히 촉구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3월 말 종료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의 시한 연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폐업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