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출범 1년을 갓 넘긴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력 부족·민간인 통신 사찰 등 각종 비판으로 '무용론'에 휩싸였다. 야권 대선 후보들까지 연이어 공수처 폐지 공략을 내놓으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공수처도 수사자문단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번 주 내로 두번째 수사자문단 회의를 열고 통신 수사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자문단 회의는 인권 친화적 수사와 과학 수사 등에 필요한 기술·학문적 자문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자문위원 명단은 비공개다. 검사장 출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다.
난항에 빠진 공수처가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은 통신자료 조회다. 지난해 정치권과 언론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개인 정보까지 조회했다며 비판받았다.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를 벗어나 민간인 통신 사찰하며 과도한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자문단 회의를 마련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1차 수사자문단 회의을 열고 개선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이달 중으로 2차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통신 수사 개선안 이르면 내달 중 공개될 전망이다.
'통신 사찰 의혹' 외에도 공수처를 향한 비판은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자체 수사를 통해 고위공직자를 직접 기소한 실적이 없는 데다가, 몇 개월씩 수사한 사건을 대량 이첩하면서 검찰에 '떠넘기기'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성과 없는 공수처를 두고 대선 후보들까지 폐지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공수처가 계속 정치화된 데서 벗어나지 못하면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인 회의를 바탕으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불법적 사찰을 하는 공수처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존폐나 개선 방안에 대해 검토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편적인 수사 과정 개선 등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수사 업무를 오래 맡은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가 과연 지금 국가의 공직 범죄를 사심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위치가 돼 있는지 살펴봐야 할 노릇이다"이라며 "공수처를 일년여 운영해보니 이런 폐단이 있고, 이런 간섭과 문제들이 있어 개선하든지 폐지하든지를 다시 어떤 국가 수사 구조를 재편하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