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검찰과 공수처 두 수사기관의 동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이 직권남용 혐의 등 고발 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공수처에도 같은 혐의로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9일 박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 지청장이 이례적으로 담당 수사팀 부서를 바꾸고 위임·전결 규정을 변경했다"며 "통상 간략한 사건 요약 보고를 받는 것과 달리 수천 페이지의 기록을 검토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박 지청장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고의로 방해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FC 사건 수사팀의 검찰 재수사 또는 경찰 보완 수사 요구를 거부한 것은 수사 지휘·감독 권한을 남용해 수사를 방해한 것이고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 지시를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것이란 주장이다.
법세련은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청장이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선거에 관여한 것이라며 박 지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고발 했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정문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을 '성남FC 사건' 관련 직권남용, 직무유기, 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수처는 사건이 접수되면 사건분석담당관이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공수처 수사가 시작되면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은 일단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동시에 받게 될 전망이다. 이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지난달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박 지청장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다만, 검찰과 공수처에 접수된 고발건이 동일한 사건이란 점에서 향후에는 검찰이나 공수처 중 한곳에서 수사를 맡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이번 사건이 검사의 비위라기보다 지청장의 지휘권 행사에 대한 문제라고 보는 쪽에서는 공수처가 이번 고발 건을 검찰로 넘겨 이미 수사에 들어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에서 같이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수사보다는 감찰이 타당하기 때문에 법무부나 대검 검찰이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수사부서에서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감찰은 후순위라는 해석도 있다.
반대로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수처법을 잘 아는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위임·전결 규정 변경을 비롯해 전례가 없는 일들이 이번 사건(성남FC 사건) 수사를 뭉개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입장에서 본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며 "수사는 검찰도 할 수 있지만 박 지청장이 검사이고 고위공직자 범죄란 점에서 공수처가 맡는 것이 맞다"고 짚었다. 공수처는 이번 고발 건 외에 앞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지난 3일 박 지청장을 고발한 사건도 접수해 놓은 상태다.
공수처와 검찰이 서로 사건을 떠넘기면서 수사가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는 정황들을 보면 법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검찰과 공수처가 모두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서로 미루느라 오히려 아무것도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