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마지막 1분 발언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데 썼다. 심 후보는 장애인들이 시위에 나선 것에 대해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시위하는 장애인에 있는 게 아니라 세계 10위 경제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심후보는 "이동권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장애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도 심 후보의 발언에 반색했다. 22일 전장연 관계자는 “어제 밤에 토론회에서 심상정 의원이 이동권 예산을 만들어가겠다고 해서 오늘부터 지하철을 연착 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시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4월20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갖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장애인 활동가가 저상버스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
선진국일수록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실제 주요 선진국들일수록 장애인 등 교통약자 편의시설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지난 2020년 이미 저상버스 도입률이 100%에 달했고, 독일은 베를린 전 구역에서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1979년 ‘대중교통수단의 장애인용 시설에 관한 법률’을 통해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도록 했다.
이웃한 나라 일본 역시 2000년 교통베리어프리법을 제정한 후 저상버스 등 대중교통 관련 설비정비비 보조제도 등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지원금을 주거나 세금을 감면하고, 저상버스 등 구입비용 자체를 낮추는 등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정규 전장연 활동가는 “선진국들이 장애인을 위한 이동권 확보에 나서는 건 다른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동권이 확보돼야 교육할 권리, 일할 권리 등 다른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영국 런던에서 한 시내 저상버스가 전광판을 지나 달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장애인도 쉽게 탈 수 있는 저상버스 도입율이 2020년 기준으로 100%다. (사진/신화·한옌=연합)
"장애인만 위한 시설로 봐선 안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일반인들에게도 혜택이 되기도 한다. 영유아 동반자, 노약자나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는 전체 인구 중 30%에 달하는데, 이들 역시 지하철 승강기 등 장애인 편의시설 이용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는 “이제 우리 사회가 단순하게 장애인만이 아니고 비장애인과 같이 누구나 위한 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시위를 보는 인식에 대한 개선도 요구됐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이 편한 시설이면 누구나 편한 시설임을 알아야 한다”며 “지하철 승강기 이용객들만 보더라도 장애인들의 권리 주장이 모든 시민을 위한 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