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무너진 후보 단일화, 대선 회오리바람 되나

입력 : 2022-02-24 오전 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변수는 이제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선거 일정으로 TV 토론과 투표 용지 인쇄 그리고 3월4일과 5일 사전 투표가 있고 3월9일은 본 선거일이다. 이번 대선은 이전 선거와 비교할 수 없는 변수들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웠다. 역대 가장 비호감이 큰 선거로 인식되고 있다. 후보 단일화, 후보 배우자의 추가 리스크,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 등이 마지막 변수로 등장했었다. 후보 배우자의 리스크는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이미 후보자의 지지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후보 사이의 '적폐 수사' 갈등과 충돌도 더 확전이 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대선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는 '후보 단일화'였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대선 완주로 마음을 바꾸면서 후보 단일화 이슈는 이번 대선에서 물 건너가고 있다.
 
선거 때마다 피어나는 꽃처럼 보이는 단일화는 왜 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던 것일까. 단일화가 가져오는 주목도와 파괴력 때문이다.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는 민주화 세력의 단일화 요구에 직면했지만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두 후보 모두 낙선하고 말았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사실상 단일화나 다름없는 'DJP(김대중-김종필-박태준)연합'을 이끌어내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02년 대선은 단일화의 상징과 같은 선거였다. 노무현 후보는 줄 곧 이회창 후보에게 뒤지다가 같은 해 11월 말 실시된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당선의 대반전을 이끌어 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공식적인 단일화는 아니었지만 실질적인 단일화가 되면서 박근혜 후보 대 문재인 후보 사이의 박빙 대결이 펼쳐졌다.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단일 후보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준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하여 만약 윤석열 후보가 본선에 나서게 된다면 선거 경쟁력은 얼마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을까. KBS, MBC, SBS 방송 3사가 입소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에 의뢰해서 지난 15~16일 실시한 조사(전국2006명 통신사안심번호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포인트 응답률20.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윤석열 후보 43.1%, 이재명 후보 36.2%, 심상정 후보 3%로 나타났다. 단일화된 윤 후보는 오차 범위 밖으로 이 후보를 앞서는 결과로 나온다. 특히 중도층을 견인해왔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가정한 것인데 중도층은 윤석열 후보 41.9%, 이재명 후보 34.1%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의 최대 경합지역인 서울에서 윤석열 후보는 47.2%, 이재명 후보는 31.9%로 나왔다. 후보 단일화를 하게 되는 경우 선거 경쟁력 효과는 분명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의 단일화가 무산되는 위기에 처한 가장 큰 배경은 정치적 이유나 경제적 원인이 아니다. '정권 교체'라는 명분이 가장 강조되는 단일화라면 윤석열 후보가 어떤 방식이든 협상 테이블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안 후보가 선거 비용 부담으로 단일화를 내걸었다고 비꼬았지만 정작 공식 선거 운동 첫 날부터 수십 대의 유세 버스 차량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었다. 결국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감정 싸움'으로 이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시종일관 안철수 후보에 대해 못마땅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힘 일부 관계자들은 안철수 후보의 중도 사퇴를 운운하며 협력 대상을 궁지로 내몰았다.
 
단일화가 사라진 대선 판세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운명이다. 역대 대선의 당선자는 자신의 이념 지지층과 함께 중도층을 견인해 승리 공식을 만들어냈다. 후보 단일화가 가져오는 파괴력은 두 가지 이념을 안정적으로 얻게 되는 가장 극적인 효과다. 안 후보의 완주 결정은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모두 두 가지 이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권자 표심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선거 구도다. 정권 유지인지 정권 교체인지 여부다. 안 후보는 단일화 결렬 이후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선거 구도가 달라지는 일이다. 정권 유지와 정권 교체의 대결 구도에서 정치 교체와 정권 교체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선거 구도가 달라지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판단과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중간지대 부동층 스윙보터의 표심은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단일화는 결국 꽃봉오리를 피우지 못한 채 시들고 있지만 그 여파가 가져 오는 선거 결과 예상은 불현 듯 섬뜩해진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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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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