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다음달 지주사 출범을 앞둔 포스코가 지역 사회와의 갈등 봉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시민들은 서울 지주사 설립이 인력 유출과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반면 포스코는 기존 철강 산업 투자를 지속한다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경북 포항시민, 지역경제·사회단체가 지난 8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앞장서는 포스코 반대’,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지역상생 대책 조속히 밝혀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포항시)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지주사 포스코 홀딩스가 다음달 2일 출범한다. 기존 철강회사 포스코 본사와 인력을 포항에 그대로 두고 철강연구 역시 지금처럼 지역 기반 연구소가 도맡는다.
지역 사회는 이번 지주사 출범을 세수 감소와 인력 유출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항시와 시민들은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지역협력 대책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탄소 중립 전환에 맞춰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 철강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주사는 친환경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맡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와 포항시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22일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 서명 39만명분을 받아냈다. 기존 요구사항에 대한 포스코 측의 답변을 지난 22일까지 기다렸지만 별다른 얘기가 없다며 28일 포스코 본사 앞 집회를 예고했다.
강창호 포스코 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주사 설립은 좋지만 포스코와 같이 포항에 본사를 둬야 한다"며 "전에도 서울 대치동 센터가 포스코를 지휘했듯이 포항에 주소를 두고 서울에서 업무를 보든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설립 예정인 미래기술연구원에 대해서도 "포항이 포스코의 고향이므로 포항에 설립해서 신사업을 연구하고 포스텍과 협력한다면 포항에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포항북구?포항남구울릉군 선대위는 16일 오전 ‘포스코 지주사 전환 반대 및 본사 서울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 서명운동에 동참했다.선대위는 이날 선거사무원들과 함께 서명전에 동참하며 “반세기 동안 포항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성장을 한 만큼 지주사 본사의 서울 설립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민주당 포항북구선대위 제공, 뉴시스 사진)
대선 후보들도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반대 입장을 내며 지역 민심을 얻으려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23일 포항 유세에서 포스코가 회사를 키워준 포항을 떠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도 18일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는 이미 확정된 사업 계획을 지역의 요구로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는 이미 지난달 포스코의 주주들이 확정한 사안"이라며 "지주사에서 근무하게 되는 직원 200여명은 기존에도 포스코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주소지만 포항에 두라는 대책위 주장에 대해서도 "명목상 지주사 주소지를 포항에 두어야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주사 전환 후에도 일부 단체의 염려와는 달리 철강사업은 포스코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이어갈 것이고 중장기 철강 투자사업은 구체적으로 발표된 바와 같이 진행된다"며 "현재 포스코 제철소에 1조6000억원 규모로 투자공사가 진행 중이고 올 한해 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