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3월 지주사 출범을 앞둔
포스코(005490)가 서울 본사 설립을 두고 지역사회와 갈등하면서 사회적 책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기존 철강회사 포스코 본사는 물론 인력도 그대로 둔다고 하지만 포항시는 세수 감소와 지역사회 투자 축소 등 지방소멸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에 나서온 포스코는 기존 사회적 책임을 흔들림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역사회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별도 계획을 내는 대신 철강 연구와 투자 확대, 지주사를 통한 시너지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포항시는 지난 8일 시·도의회 의원과 지역 경제·사회단체장 의견을 듣고 포스코에 상생 대책 표명을 촉구했다. 시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지역협력 대책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결정권을 가진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세워지면 신규사업 우선 투자로 포항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7일 포스코 행보가 ESG 경영에 전면으로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지역 인력 유출이나 세수 감소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전환에 맞춰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 철강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주사는 친환경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맡아 100년 성장 기틀을 잡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미래기술연구원은 국내외 우수 과학자 영입을 위해 수도권에 두되, 철강연구는 지금처럼 지역 기반 연구소가 도맡는다. 포스코는 기존 시설과 인력이 서울로 떠나지 않아 세수 감소나 인력 유출도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ESG에 남다른 의지를 보여왔다. 세수 감소와 인력 유출 등 지역사회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포스코 스스로 사회적 책임(S)에 역행하게 된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새 경영이념으로 선포했다. 이듬해에는 '포스코 기업시민헌장'을 내고 사회와의 조화와 동반성장 등을 원칙으로 세웠다.
현재 포스코 ESG는 최고 등급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1년 ESG 평가에서 종합 A+를 받았다.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G)가 각각 A+, 환경(E)이 A 등급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에 홍보관 '파크 1538'과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를 지어 관광에 일조했다. 스타트업 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도 세웠다. '1% 나눔재단' 사업과 지정기탁금 등으로 포항에 매년 10억원 넘는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부생수소 생산설비 증설과 수소출하센터 충전소, 고순도 니켈공장과 양극재 6만톤 공장 신설 등 투자도 지속할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경북 포항시민, 지역경제·사회단체가 지난 8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앞장서는 포스코 반대’,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지역상생 대책 조속히 밝혀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포항시
지난달에는 철강사 가운데 세계 최초로 ESG 글로벌 협의체인 VBA에 가입했다. VBA는 2019년 출범한 글로벌 기업 연합체로, ESG 성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해 회계에 반영하는 글로벌 표준 개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지역 반발 잠재우기용 대책을 내놓지 의문이다. 실제 포스코는 이미 하고 있는 사회공헌이 많고 지주사 설립과 관련해 지역사회와 대화도 계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포스코는 지주사의 신사업 성과가 나오면 포항 또는 광양에 공장을 새로 짓는 등의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미래기술연구소 포항 설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