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안철수, 역시나 '철수'…거듭된 말바꾸기에 "정치생명도 끝"

지지층 격분, 당 게시판도 일시 마비…"제2의 안철수 막자" 청와대 청원까지
양당 기득권 정치 혁파? 스스로 기득권 속으로…이준석 예측대로 움직인 안철수

입력 : 2022-03-03 오후 4:25:48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택하며 '철수정치'를 또 다시 재연했다. "단일화는 없다"에서 전격적인 단일화 제안 그리고 철회, 또 다시 단일화 합의 등 말 바꾸기도 여지 없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그를 조롱했던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무엇보다 양당 기득권 정치 혁파와 다당제를 통한 연합정치 구현 등 자신의 소신은 물론 광주시민들에게 했던 바른정당과의 합당 사죄 등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당장 당 게시판이 비판 글로 채워지다 마비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안 후보는 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윤 후보와 함께였다. 두 사람은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단일화의 명분은 정권교체였다. 이들은 또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가 국무총리 등 내각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면합의에 대한 주장도 힘을 얻게 됐다. 민주당은 이를 야합이자 뒷거래로 규정했다. 안 후보는 "오늘 제 결심에 따라 실망한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3당으로 존속하면서 투쟁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지지자들 격분…"손가락 자를 윤석열과 편 먹는 게 새정치?"
 
안 후보의 사과에도 지지자들은 크게 들끓었다. 안 후보의 대표적 팬카페인 '안국모' 커뮤니티에는 이날 하루 종일 단일화를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1년 내 손가락 자를 윤석열과 편 먹는 게 안철수의 새정치인가', '그간 대국민 쇼를 했다', '지지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애초에 완주할 생각이 없었다', '지지자들을 배신한 안철수', '처음부터 국힘에 들어가지 그랬나' 등 거칠게 항의했다. 국민의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우리 가족 모두 탈당한다', '국민의 뜻을 따른 게 아니니 국민 핑계 대지 말라', '명분과 실리가 없는 단일화에 실망', '한 입으로 두 말한 최악의 정치인, 영원히 안녕' 등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한때 밀려드는 접속자로 인해 사이트가 잠시 다운되는 등 소란스러웠다. 
 
선대위도 갑작스러운 단일화 소식에 당황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선대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날 안 후보 유세 일정이 빡빡하게 예정돼 있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준비하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와 대기 중 단일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선대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후보가 결정한 사안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단일화 협상 채널로 나섰던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과 권은희 원내대표 등 몇몇 측근을 제외하고는 일절 단일화 소식을 사전에 접하지 못했다. 그저 일방적인 통보와 지시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글 갈무리)
 
"제2의 안철수 막자"…'안철수법' 제정 국민청원까지
 
급기야 재외국민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후보 사퇴 기한을 재외국민 투표 이전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안철수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안철수법 제정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오후 3시 기준으로 약 3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3~28일 115개국 재외국민 등록 유권자 22만6162명 중 16만1878명이 투표에 참여해 총 71.6%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안 후보에게 행사된 투표는 안 후보 사퇴로 인해 무효 처리가 된다. 
 
이 같은 여론의 격앙된 반응은 안 후보의 '언행불일치' 때문이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줄곧 단일화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다 지난달 13일 중앙선관위에 대선후보 등록을 한 직후 윤 후보에게 전격적으로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만인 20일 안 후보는 윤 후보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었다며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결렬 선언이었다. 이어 22일 울산 유세에서 "(윤석열)후보가 자격이 없다는 거 다 안다. 그런데 상대방(이재명 후보)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무능한 것 알면서도 그 사람을 뽑는다"며 "그 사람이 당선되면 1년만 지나고 나면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라고 윤 후보를 직격했다. 27일 광주 유세에서는 과거 자신이 제대로 된 호남 민심 반영 없이 바른정당과 합당했다며 "광주 시민들께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몰아줬던 호남에 대한 사죄였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복된 '철수'…"스스로 손가락 끊어 자기 정치생명 끊었다"
 
그간 안 후보는 정치 입문 이후 주요 선거마다 후보 사퇴와 단일화, 창당·합당·분당 등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철수' 이미지는 양당의 프레임 공세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관훈토론에서 "제가 10년간 선거와 관련된 게 9번인데 지난 2012년 대선을 제외하고 모든 선거에서 완주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간 선거에서 모두 단일화했다는 것은 기득권 정치 세력의 이미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이번 대선만 해도 스스로 단일화에 목을 맸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준석"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처럼 이 대표의 예상대로 충실히 움직였다는 일종의 조롱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 안철수는 이제 마감됐다. 정치인으로서, 정치 지도자로서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의 보수적 풍토를 들어 안 후보가 꿈꾸는 차차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동선언문을 근거로 "안철수 국무총리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많은 레토릭"이라며 이면합의에 대한 해석도 내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대선 완주와 다당제 등을 말했으면서, 오늘 곧바로 합당을 말했다"며 "안 후보에게 이번은 정치적으로 마지막 기회였다. 스스로 자신이 10년 동안 말한 새정치를 사라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스스로 손가락을 끊어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은 것"이라며 "아무리 정치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일관성과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간 정권교체보다 정치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양당 체제 하의 정권교체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했고,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자신이 해왔던 말을 일거에 뒤집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모순된 행동"이라고 했다. '안철수의 한계'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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