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 인출이 안 돼요" 우크라 사태 금융민원 빗발

지난달 28일 접수 시작 이후 일 평균 10건 넘어

입력 : 2022-03-06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A사는 미국, 프랑스 등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자칫 수출대금 회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 B씨는 금융감독원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에 연락해 대응 방안 등을 도움받았다.
 
#1. 러시아에 유학 중인 자녀를 둔 C씨. 최근 러시아 현지 은행 계좌로 생활비를 보내왔다. 하지만 이달 2일부터 러시아 은행에 송금이 잠정 중단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유학자금을 보내는 길이 막혀 답답했던 C씨는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에 손을 내밀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와 금융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기업과 개인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우려에 피해 지원 등 분주한 모습이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는 지난달 28일 첫 접수를 시작해 3일 17시 기준 총 59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코트라가 설치한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애로 상담센터에도 지난 2일 기준 대금결제와 물류·공급망 애로, 거래 차질 등에 대한 문의가 총 123건 접수됐다. 또 무역협회에는 지난 1일 기준으로 기업으로부터 119곳에서 애로사항 160건이 신고됐다.
 
금융당국은 기업 및 개인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등에서)지원 방안이 나오면 추가 문의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각 부문별 피해가 우려되면서 대내·외 경제적 피해와 관련해 정부가 초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스위프트 발동과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의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 피해사례 접수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진출 기업의 영업활동·수출입 거래가 제약되거나 중단되면서 유동성도 부족해지고 있다. 금감원 접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당 기업들의 협력·납품업체들에도 자금애로가 발생 중이다.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면서 정부는 4일 피해기업의 숨통 틔우기에 나섰다. 이날 금융당국은 국책은행 자체여력을 통해 피해기업 신규 운영자금 특별대출 2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현지법인(지점) 설립, 공장설립 등 우크라이나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이다. 최근 1년간(2021년1월1일~현재) 현지의 수출입·납품실적이 있거나 예정된 기업이어야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거래증빙서류도 제출 가능해야 한다. 관련 협력·납품업체, 전후방 기업도 이번 지원 대상이다.
 
정부는 금융지원 외에도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적용을 한국에 대해서도 면제토록 미국과 합의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다만 적용 예외를 받더라도 이번에 강화된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기업들은 특정 품목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종호 기자 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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