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범 접근금지' 위반 증가…대응책 미루는 법무부

접근금지 위반한 스토킹 피해 사례 연일 발생
법무부 "내무 이견 있다"…보완 입법 미온적
경찰 "법원에 직접 구금 신청할 수 있는 권한 필요"
박범계 "제도 문제 아니라 운영의 문제"…부정적

입력 : 2022-03-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스토킹처벌법 상 긴급조치를 위반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추가 피해를 입힌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법·제도 보완 요구가 높지만, 정부의 보완입법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현장에 있는 경찰은 신속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속을 태우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내부 이견이 있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일산에서 4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24일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뒤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또 스토킹을 하다가 결국 구속됐다.  A씨는 전 여자친구의 차량 트렁크에 3시간 가량 숨어있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6일에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긴급조치를 받은 30대 남성 B씨가 100m 이내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고 피해자 집 앞으로 찾아갔다가 긴급체포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에서 접근금지 등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인 50대 남성으로부터 살해당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유사범죄가 반복되는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결정된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435건 중 위반 사례는 31건에 달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각계각층에서 스토킹처벌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소리 높이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대책 마련에 다소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인데 "내부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보완입법안 발표를 미루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스토킹처벌법 보완입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4일 "스토킹처벌법 제정 때만큼 논란과 여러 쟁점 사항이 있고, 내부에서도 철학이 다른 것 같다"며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근시일 내에 대안입법 마련이 어려워졌음을 시사했다. 
 
경찰청이 스토킹처벌법 상 가장 강도 높은 잠정조치인 4호(유치창 또는 구치소 구금)를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장관은 스토킹처벌법 상 잠정조치 4호에 대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경찰의 직접 신청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는 "스토킹처벌법 잠정조치 4호를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방안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 패싱 차원이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범죄 피해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느냐 차원에서, 국민 신속 안전 보호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영장 기각 등으로 스토킹 가해자가 석방될 경우 범죄피해자안전조치심사위원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성의날(8일) 바로 다음날인 오는 9일로 예정된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도 성범죄 근절 등 스토킹 범죄 근절 공략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성범죄로부터 여성의 일상을 확실히 지키겠다"며 "성범죄나 스토킹 피해자가 더 빨리 확실히 보호받고 더 안심할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스토킹피해자 보호법을 제정해 보호 범위를 가족과 주변인까지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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