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현지 간호장교에게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장미꽃과 함께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여야 대선후보 간 여성가족부 관련 공약이 쟁점이 된 것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여가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든 여가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 하루 전 여가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영애 여가부 장관으로부터 '여가부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보고받고 "이번 대선에서 여가부의 명칭이나 기능 개편부터 폐지에 이르기까지 여가부와 관련된 공약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심스럽지만,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가부의 연혁과 성과를 되돌아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며 김대중정부에서 '여성부'로 출범해 지금까지 명칭과 역할이 조정되면서 이어온 여가부의 역사를 언급했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여가부 정책에 대해 "당초 여가부 폐지를 추진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과 보육 업무를 복지부로 다시 이관하고 명칭을 ‘여성부’로 바꾸며 역할을 크게 축소했다"며 "그렇지만 2년 뒤, 이명박정부는 복지부에 이관했던 가족과 보육 업무에 더하여 청소년 정책까지 여성부로 이관하며 간판을 다시 '여가부'로 바꾸었다"고 했다. 보수정부에서 여가부의 중요성을 인식, 잘못된 방향을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가 역할을 조금씩 강화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가 관장하는 여성정책과 가족정책, 청소년정책, 성폭력·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의 업무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고,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른바 젠더 갈등이 증폭되면서 여가부에 대한 오해도 커졌다"며 "그렇게 된 데는 여가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가부가 하는 일, 여가부의 역할에 대해서부터 오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는 올해 예산 규모가 1조4600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4%에 불과한 매우 작은 부처이며, 결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양성평등 관련 예산은 여가부 예산에서도 7% 남짓으로 매우 적다. 한부모 가족 지원, 아이돌봄서비스 등 가족정책에 62%의 예산을 쓰고 있고, 청소년 정책 19%, 권익증진 9%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는 여가부의 역할이나 명칭, 형태 등에 관해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가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든 여가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여가부와 관련된 논의가 그와 같은 인식 하에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우리 사회가 성평등을 비롯한 포용사회로 더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윤석열 후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이명박정부를 예로 들며 "간판을 다시 '여가부'로 바꾸었다"고 지적한 대목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 주변에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명박정부에서 있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주문으로도 읽힌다. 또 "여가부는 결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고 밝힌 부분도 윤 후보가 여가부의 역할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는 메시지를 짧게 올렸다. 그동안 공개했던 여성 관련 공약들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여성의 날을 맞아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여가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와 같은 '젠더 갈라치기' 논란을 불러왔던 공약들을 재소환하면서 선거 막판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결집에 몰입하는 분위기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