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이른바 ‘Y노믹스(윤석열+이코노믹스)’가 차기 정부의 경제 방향타를 예고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공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정상화로 겪어야할 코로나 팬데믹(Pandemic) 후유증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경제 환경에 위기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멀게 느껴졌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경우 에너지, 곡물 가격의 불안정성 확대는 기업의 설비 투자 감소, 내수 악화 등 총체적 난국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 당선자 확정에 따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내부팀' 구성을 주문했다. 특히 기재부 전 직원들에게는 우크라이나 사태·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 등의 현안에 최우선 대응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차기 정부의 드라이브인 'Y노믹스' 경제 전략을 위해서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 대응이 급선무라는 얘기로 읽힌다. 이 중 지정학 리스크로 불거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새 정부에도 상당한 난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고유가발 먹구름이 큰 탓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대를 나타냈던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달 들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모두 120달러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9일 배럴당 127.86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나타냈고 8일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127.98달러, 123.7달러로 올해 최고 가격을 찍었다.
유럽 천연가스 대표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달 7일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79.2% 급등한 메가와트시(㎿h) 당 345유로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5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 부셀(약 27.2㎏) 당 12달러대에 거래되며 2008년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를 찍는 등 폭등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1.7%로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산유국이고 우크라이나와 함께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점유하고 있다. 또 유럽이 천연가스의 4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할 만큼 천연가스 시장에 미치는 러시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러시아와의 직접적 교역 규모가 크지 않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체제 특성 상 원자재 가격 급등은 국내 산업 전반에 치명타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달 초 국제금융센터의 분석 결과를 보면, 미국 씨티그룹은 국제 에너지 가격의 10% 상승 시 한국 GDP가 0.17%포인트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0.24%포인트 올라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특수가스와 팔라듐(반도체 촉매·도금 재료)의 경우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들 중 하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이 한층 증대되며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로나 확산세와 맞물려 추후 기업의 설비 투자 감소, 개인 소비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공포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은 한 남성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다리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