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작전 끝'…대장동·성남FC 수사 속도 낸다

대선 국면서 수사 사실상 중단
이재명 후보 검찰 조사 이뤄질 듯

입력 : 2022-03-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중단됐던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인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한 사업 관계자들을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대선과 맞물리면서 특혜·로비와 관련한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은 하반기 경찰 불송치 결정이 났지만 이의신청이 들어오면서 검찰로 갔다가 다시 경찰이 받아서 보완 수사를 진행 중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선이 끝나면서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특혜·비리 의혹에 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관계자들을 배임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성남시와의 공모 의혹 등 이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 배경과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대표되는 불법 로비 의혹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씨는 지난 1월 비공개 소환조사만 한차례 받았다. 정씨는 대장동 개발 계획 변경과 실시 계획 인가보고서 등 각종 문서의 결재라인에 포함돼 있다.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관련한 검찰 조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사진=뉴스토마토)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사업자들이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조항을 일부러 삭제해 민간사업자가 큰돈을 챙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성남시의 지침이 확정 이익을 받는 것이었다며 공모 후 일선 직원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자는 건의가 있었지만 간부들이 채택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집값 변동에 따라 이익을 조정하면 지침에 어긋나고 성남시가 확보할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다.
 
시사평론가이기도 한 김필성 변호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민주당이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사의 결과물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가기 전에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 후보와 대장동 의혹의 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김 변호사는 "대장동이 주목을 받은 게 이 후보가 자신의 업적으로 거론했기 때문이었다"며 "만약 (범죄 가능성 등)문제가 될 게 있다고 생각했다면 내세울 리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수사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국민의힘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 후보의 관련성을 증명할 유의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정진상씨 외에 성남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지만 아직 이 후보와 관련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법조계 불법로비와 관련해서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재판에 넘겨진 것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 곽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50억 클럽 의혹을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은 각각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사도 하지 않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는 몇 개월째 공회전 상태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과 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원가량의 후원금을 받고 이들에게 건축 인허가·토지 용도 변경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분당경찰서가 지난해 9월 이 후보에게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했다가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성남지청이 재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박하영 전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보완수사나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차장검사는 항의성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현재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지난달 8일 다시 경찰로 넘어가 분당경찰서가 들여다보고 있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서 검찰이 이 후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한 적이 있는 분당경찰서로부터 사건을 가져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변호사단체장을 지낸 한 법조인은 "방향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는 만큼 대선이 지난 시점에서 검찰의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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