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12일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윤호중 비대위 체제가 아닌 '이재명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민영빈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가운데, 김두관 의원은 12일 '이재명 비상대책위원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이를 "당의 쇄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함"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호중 비대위냐, 이재명 비대위냐. 그 하나만을 놓고 생각했다"며 "답은 하나였다. 이재명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연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재명 후보에게는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또 가혹하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 밖에 없다. 본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여러 번 선거에 떨어져봐서, 지고 난 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패배의 아픔을 달랠 시간을 주지 못하고 이 후보를 다시 전면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럼에도 '이재명 비대위'를 고집하는 것은 당의 쇄신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지도부가 윤호중 비대위를 내놨다. 그 때만 해도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윤호중 원내대표가 한시적으로 맡는 체제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예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생각"이라며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고, 철저히 당권에만 집착하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어제 의총에서 40명 가까운 의원들이 발언을 했다. 다들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그럼에도 적당히 봉합해 가자는 이런 방식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윤 원내대표도 (맡겨달라고)읍소할 게 아니라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고 주장했다. 그는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당권파의 당권 집착"으로 규정하고, 초선 의원들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인적 청산을 비롯한 쇄신의 목소리를 보다 분명히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 그 지지가 민주당을 향한 것이었나. 윤석열에 대한 반대이자, 이재명에 대한 지지였다"며 "내로남불 지적에도 민주당은 잘못을 감싸기 바빴다. 무엇보다 오만했다. 윤석열 인사 참사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 없었다"고 스스로에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이어 "대선 패배 후 이틀 만에 여성을 중심으로 2만명이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면서 당원 가입을 했다. 이 같은 민심을 저버려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지방선거 패배로 가자는 것"이라며 "이재명 비대위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쇄신을 마무리하고 지방선거에 나서야 한다. 그런 결기를 보여야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광재 의원도 김 의원과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구시대와의 결별, 익숙함과의 결별이 있어야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여의도가 폭파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당내 경선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꺾고 의회 경험이 없는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것부터, 이번 대선에서 0선의 정치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하는 등 모든 현상이 기존 여의도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혐오 때문이란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때문에 국회 중심의 기존 여의도 문법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으며, 이에 근거해 강력한 인적 쇄신이 필요한 것으로 이 의원은 보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이 후보의 역할론도 제기했다.
<뉴스토마토>와 전화연결이 닿은 복수의 다른 의원들은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 지방선거는 무리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대선 패배에 대한 아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이 후보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했다. 이 후보 자신을 위해서라도 일정 시간 숙고할 시간을 가지는 게 옳다는 의견이었다. 일부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아닌 중량감 있는 개혁 이미지의 다른 비대위원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번 대선 패배에 따른 당내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민주당은 11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3시간가량 격론을 벌였다. 40명가량 의원들이 발언대에 서서 윤호중 비대위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다만 김두관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투표 제의에 투표는 분열과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며 봉합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윤호중 원내대표는 "맡겨 달라"며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겨 실시하고 비대위는 윤 원내대표가 맡는 것으로 일단 정리했다. 이 후보의 대선 승복선언과 당 지도부의 일괄사퇴로 질서 있는 퇴진을 보여주던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를 놓고 다시 치열한 싸움으로 전환했다.
민영빈 기자 0empt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