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의 민주당, 원내대표 진검승부 돌입

SK계 안규백·이원욱, NY계 박광온·홍익표, 이재명계 박홍근, 친노 이광재 물망
'윤호중 체제' 입장부터 지선 대책, 윤석열 대통령 견제 등 노선차이 명확 전망

입력 : 2022-03-14 오후 5:34:2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이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맞춰 오는 25일 이전에 새 원내대표를 뽑는다. 의석수 172석을 가진 제1당의 원내 사령탑을 누가 맡을지에 따라 윤호중 비대위 체제의 명운도 결정될 수 있다. 비대위 체제를 놓고 계파갈등 양상을 보인 탓에 원내대표 선거는 당내 역학관계를 보여줄 전초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14일 비대위 출범 후 첫 회의를 열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김영주 의원을 위원장에 선임했다. 앞서 민주당은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다.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윤호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원총회 격론 속에 비대위는 공동위원장과 비대위원 등 인선을 서두르며 체제 굳히기에 착수했다. 윤 위원장을 향한 사퇴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양측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졌다. 
 
14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거 날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후보군도 압축되고 있다. 4선의 안규백 의원과 김경협·박광온·박홍근·이광재·이원욱·윤관석·홍익표 의원(이상 3선) 등이 물망에 오른다. 송영길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아 원내대표 출마가 예상됐던 박완주 의원은 이날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당내 주요 계파를 대표하는 인사들이다. 안규백·이원욱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 쪽 인사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경선 때 정세균캠프에서 각각 총괄본부장과 부본부장을 수행했다. 박광온·홍익표 의원은 이낙연 경선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과 정책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박홍근 의원은 박원순계였지만, 경선 땐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지하며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광재 의원은 친노, 김경협 의원은 친문 주자다. 윤관석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인천시장일 때 인연을 맺었다. 
 
민주당이 14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4선인 김영주 의원을 선임했다.(사진=뉴시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민주당이 '윤호중 체제'를 놓고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탓에 계파 간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호중 체제에 대한 불협화음은 결국 윤 위원장을 옹호하는 당권파와 부동산정책 실패 등 문재인정부 실책에 반성과 대대적 쇄신이 없는 현 상태로는 6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비당권파 주장이 맞붙었다. 사실상 친문과 비문 간의 대립이다. 여기에 이재명 상임고문의 조기등판, 이해찬 전 대표의 배후설 등이 얽히면서 당권 투쟁에 불이 당겨졌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 후보들 역시 윤호중 체제에 대한 입장과 6월 지방선거 대책, 윤석열 대통령 임기 초반 견제 전략 등을 놓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광재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 비대위원장이 어떤 쇄신책을 내놓느냐, 대선 때 국민 목소리를 어떻게 정책으로 만들어 국민을 설득할 것이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당권을 쥔 친문의 쇄신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앞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당권파를 겨냥, "구시대와의 결별, 익숙함과 결별이 있어야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면서 심지어 "여의도가 폭파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면서 계파에 따른 셈법 계산 또한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별도의 입후보 절차가 없다. 172명 의원 전원이 원내대표감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의 이름을 쓰고 과반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숫자를 줄여나간 뒤 최후의 1인을 선출한다.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 방식이다. 이럴 경우 요란하고 거추장한 선거전보다는 물밑 득표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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