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13일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해 "제대로 쇄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보협은 이날 비대위 인선 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2년 후 총선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전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체제로는 지방선거 또한 어렵다는 주장이다.
입장문에 앞서 작성된 초안은 훨씬 수위가 셌다. 다만 "초안은 더 셌는데, 더 명확했는데 당 내부분열이라고 이용할 집단들이 많아서 다 뺐다"는 게 운영진 내부 단톡방에 올라온 설명이다. 그리고 "대안은 일부러 얘기 안 했다"며 "대안까지 얘기하면 민보협이 특정 계파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다만 문제의식 내부 목소리를 제기하는 수준으로만"이라고 돼 있다.
앞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n번방 추적단'에서 활동한 박지현 전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선했다. 또 이소영·조응천 의원과 배재정·채이배 전 의원이 비대위에 합류했다. 광주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청년창업가 김태진 동네주민대표와 민달팽이 협동조합의 권지웅 이사도 비대위원으로 발탁했다.
이와 관련해 민보협은 "비록 전체 투표자의 47.83%인 1614만7738명의 국민이 우리당 후보를 선택해주셨지만, 그보다 많은 국민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일각에서는 '졌잘싸'라는 말을 하며 안위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통령선거에서 졌고 우리의 가치와 방향성을 실현할 행정부 권한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유가 무엇이든, 현실은 더 많은 국민께서 우리 민주당이, 우리 후보가 앞으로 5년 동안 정부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과연 지금 우리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느냐. 제대로 된 변화와 쇄신을 위한 비전과 의지를 다지고 있는가. 우리 모두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비대위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앞서 정말 우리 민주당이 제대로 쇄신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낙선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총 65명으로 구성된 31대 민보협 운영진은 이날 오후 비대위 인선 직후 메신저를 통해 비대위원 면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입장문 초안을 다듬었다. 앞서 언급했듯 초안 수위는 훨씬 셌지만 당 내분으로 비칠까 우려와 함께 특정 계파에 치우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염려에 강도가 조절됐다.
이들은 먼저 당내에서 고생한 젊은 인사들을 외면한 채 당 외부에서만 수혈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 보좌진은 "당내 인재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먼저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고 했고, 이에 다른 보좌진도 "외부에서 오는 인재가 당 내부 인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끌 최선의 대안인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보좌진은 "윤호중 의원께서 지선(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선을 패배로 이끈 지도부가 연이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지선 승리와 우리 당의 쇄신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쇄신을 위해서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며 "간판 제대로 안 바꾸면 지선 패배는 물론이고, 이후 당의 앞날은 불보듯 뻔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민보협 운영진은 현 비대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 체제가 제대로 된 반성과 쇄신을 할 수 있는 구성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제대로 쇄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는 취지로 입장문을 내기로 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수정한 입장문 초안을 공유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안을 확정했다. 다만 일부는 "조금 더 세게 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정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밋밋하긴 하다"는 동의들이 있었지만, 일단 민보협 차원에서 입장문을 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이번 입장문 발표 이후 추가 의견을 낼지 검토하기로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