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전연주 인턴기자] 강원 동해에서 대형 산불이 진화된 지 이틀째인 15일,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주민들의 생활터전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만우마을에는 5명의 남성 주민들이 산불로 전소된 주택 잔해정리가 한창이었다. 목장갑을 끼고 등산화를 신은 상태에서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버린 비닐하우스를 손수 철거하고 있었다.
15일 방문한 강원 동해시 산불피해지역인 만우동 만우마을 현장. (사진=이승재 인턴기자)
파이프를 어깨에 둘러맨 한 남성은 "친구집이 다 타버려서 나 포함 4명이 도와주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짊어진 잔해를 내려놓았다. 바로 옆 집주인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묻자 "옷부터 집까지 다 타버렸지. 빨리 (잔해를)치워야해서 바빠요. 미안해요"라며 정리 작업에 다시 몰두했다.
몇걸음 언덕길을 오르자 네다섯 독채가 뜨문뜨문 위치한 펜션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다섯채가 화재로 송두리째 주저 앉아 있었다. 뒤쪽에는 창문이 다 깨지고 검게 그을러져 있는 트럭이 서있고, 펜션 방문객을 위해 구비해놓은 치약과 텅 비어있는 소화기도 잔해 속에 덮혀 있었다. 몇몇 주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처참히 무너져 버린 펜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임시거주시설 (사진=뉴스토마토)
하루 새 집이 사라져버린 약 60명의 만우마을 주민들은 망상동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임시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임시거주지 입구에는 이재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방문한 정부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만우동에서 펜션을 운영하던 50대 이재민 강희덕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실오라기 하나 못건지고 다섯동이 다타버렸다"고 토로했다. 불편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어쨌든 잠을 잘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하니까 불편함은 없다. 다만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니까 잠을 못자겠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피해 지원에 대해서는 "실거주 주택 한채만 보상에 도움이 있고 나머지 4동은 보상이 없어서 아들하고 어떻게 일궈온 펜션인데 완전히 청천벽력인 셈"이라며 "3년전에도 사는집 일부만 보상받고 보상 체계가 똑같았다는데 그때 이미 뭔가 만들어 놨어야죠. 앞으로도 이런일 비일비제일어날 것이 뻔하고 이런 처사는 이재민들에게 이중의 아픔을 주는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임시거주시설 앞 자원봉사단체 (사진=뉴스토마토)
자원봉사단체 역시 이재민들을 위한 식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손발걷고 자원봉사에 나선 고영숙 원불교 부산울산 굑구 원봉공회 부회장은 "산더미처럼 구호 물품이 있지만 그분들은 지금 이미 터전이 없기 때문에 구호 물품은 지금 쓸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우선 옆에서 따뜻하게 내 의식주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당장 이재민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지금 아침 점심 그리고 빨래, 그리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서 항상 저희가 이런 일들을 해주면서 그분들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저희가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재·전연주 인턴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