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의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한 달 여 남았다. 자산시장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기대감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선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도 신고가를 찍었던 지난해 하반기 수준으로 슬금슬금 되돌아가고 있다. 대선 후 부동산 중개업소 몇 곳을 돌아보면서 ‘뭐가 돼도 되겠다’는 기대감으로 충만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에서 퇴짜 맞았던 곳들은 더욱 상기된 분위기다. 곧 여당이 될 야당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재건축 안전진단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개정안을 윤석열표 1호 법안으로 발의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통과될 수 없지만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될 거란 믿음이 생긴 것은 큰 변화다.
이같은 분위기 반전을 전하는 언론의 스탠스도 달라졌다. 한 달 전만 해도 정부의 실정으로 집값이 뛰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던 이들이 지금은 도리어 상승을 반기는 것처럼 보이니 이것 참 묘한 일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 한강변 층수제한 완화 등으로 주민들이 팔려고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기사엔 ‘시세 상승’이란 직접적인 표현만 빠져있을 뿐이다.
윤 당선자의 공약대로 주택공급을 대폭 늘릴 경우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크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이치지만 그렇다고 그로 인해 집값이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이 증가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는 분당신도시 아파트를 재건축한다면? 아마 지금보다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내릴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특히나 공공주택 중심이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일 경우엔 더 그렇다.
임대차3법과 다주택자 중과세,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등 징벌적인 성격의 세제도 정비한다면 부동산 거래가 지금보다 크게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시세를 끌어내릴 요인은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윤 당선자의 공약은 집값을 끌어내리는 정책이 아니라 안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처럼 보인다.
집값 안정이란 무엇일까?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상태 아닐까? 주가는 100에서 200으로 급등한 후 다시 150 정도로 내려와 유지되는 것을 안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집값은 일단 200이 됐으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안정이다. 200이 된 집값이 150으로 내려가면 그 과정에서도 온갖 비난이 집중될 테니까. 어쩌면 역대 정부는 모두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집값 폭등의 책임을 물어 정권교체에 한 표를 보탠 유권자들은 집값 하락을 바랄까 상승을 바랄까? 주택 보유자는 유지 또는 상승을 원할 테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세입자는 하락을 바라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실제 표 행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물론 유권자의 판단엔 집값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므로 단순도식화 할 수는 없다. 삶의 철학도 중요하다. 다만 집값 때문에 누굴 찍었다면서도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결정을 한 유권자가 많다는 의미다.
선거 때마다 이런 게 궁금했다.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을 보고 찍은 사람도 주가가 오르길 바랄 텐데, 한국 주식시장에서 양도세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거버넌스 이슈는 왜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 같은…
대선보다는 유럽 정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시기다. 혼란이 가라앉고 외부 변수의 힘이 약해지고 나면 새 정부의 정책이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반반으로 갈린 유권자들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나라경제와 국민 개개인의 살림살이가 나아졌으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