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되는 각종 통계·실태조사에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를 포함하도록 정부 부처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16일 국무총리, 보건복지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통계청장에게 이같이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트랜스젠더가 고용, 교육, 미디어, 행정서비스, 의료시설이나 금융기관 이용과 같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편견에 기반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고, 이에 정신건강 및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인권위가 지난 2020년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591명 중 65.3%(384명)가 지난 12개월(응답일 기준)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 표현을 경험했고, 2019년 한 해 동안 우울증(57.1%), 공황장애(24.4%)를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응답자의 30%가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답변했다.
특히 신분증 제시 상황에서 트랜스젠더는 신분증 표기 성별과 외모가 불일치해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 포기(21.5%), 투표 참여 포기(10.5%), 보험 가입 포기(15.0%)나 은행 이용 및 상담 포기(14.3%)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반면 정부에서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비롯해 ‘국민 보건의료실태통계조사’, ‘가족실태조사’ 등 국가승인통계조사와 관련 법령에 따라 실시되는 각종 실태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 집단에 대한 통계가 별도로 수집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 집단이 정책 수립 대상 인구집단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중앙행정기관 등이 수행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조사 시 성 소수자 파악 지침 마련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통계청은 각 기관이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 성 소수자 관련 조사항목 신설 △통계청 관리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조속히 개정하여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판단은 헌법 제 10조와 11조,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며 “트랜스젠더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정책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2019년 서울 중구 명동·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무지개 현수막 아래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