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먹는 코로나약 플랜B로 '몰누피라비르' 충분할까

이달 중 10만명분 도입…긴급사용승인 여부 결정
전문가들 "치료옵션 확대" vs "대체재 아냐" 상반

입력 : 2022-03-23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고갈이 가까워지자 MSD의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료 옵션이 확대됐다는 평가와 '렘데시비르'보다 못한 대안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은 이달 중 MSD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 10만명분을 국내 도입할 예정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코로나19 치료제다. 코로나19 감염 시 체내 바이러스가 증식해 복제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리보핵산(RNA) 대신 결합하는 기전이다.
 
당초 임상시험 3상에선 50%에 가까운 입원·사망 예방효과를 보였으나 이후 30%로 하향 조정됐다. 팍스로비드의 효과가 9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이 신청됐으나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청장은 전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식약처는 금주 중에 MSD사의 라게브리오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질병청은 식약처 검토 결과에 따라 3월 말 라게브리오 10만명분을 도입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30% 대의 낮은 효과에도 몰누피라비르 도입을 결정한 것은 팍스로비드 재고 때문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 도입된 팍스로비드 16만3000명분 가운데 8만7000명분이 처방돼 7만6000명분이 재고로 남아있다. 산술적으로 2주가량 쓸 수 있는 물량이지만 최근 들어 증가한 처방량과 추가 물량 도입 지연 등을 고려하면 쓸 수 있는 경구치료제가 없어진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청장은 "팍스로비드는 3월20일 기준 총 16만3000여명분이 국내에 도입돼 현재까지 8만7000여명에게 투약됐고 현재 재고량은 7만6000명분"이라며 "현재 추세로는 2주 정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처방량이 늘고 있어 MSD사의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특히 팍스로비드 처방이 어려운 고위험군에게 처방될 수 있도록 식속하게 도입을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팍스로비드) 물량 확보에 대해서도 화이자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 부분은 확정되면 도입 일정, 물량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겠다"라고 덧붙였다.
 
MSD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사진=뉴시스)
전문가 반응은 엇갈린다. 몰누피라비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팍스로비드 재고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치료 옵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먼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몰누피라비르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당연히 낫다"라며 "치료 옵션을 다양하게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장점이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처방될 수는 없으며 중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에게 선별적으로 투약될 것"이라며 "이 같은 환자들에게는 안 먹는 것보다 먹는 게 훨씬 낫다"라고 강조했다.
 
몰누피라비르 도입과 처방에 부정적인 의견은 낮은 입원·사망 예방 효과 때문이다. 10명 중 3명만 나아지는 약을 처방하기보다는 팍스로비드 추가 물량을 확보하고 렘데시비르를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약을 쓸 때는 똑같은 약을 공평하게 쓰는 게 의료인으로 져야 할 책임인데, 약이 없다고 해서 효과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약을 처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30% 확률에 환자를 맡기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렘데시비르가 팍스로비드의 대체재가 될 수 있겠지만 몰누피라비르가 대체재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라며 "외교력을 동원해 팍스로비드 추가 물량을 더 확보하거나 주사제인 렘데시비르를 활용하는 쪽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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