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TV 시장에서 QLED를 고집하던 삼성이 OLED 진영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대형 OLED 경쟁의 막이 올랐다. 삼성이 대형 OLED 사업을 재개한 것은 9년만이다. 그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034220) 뿐이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들어간 TV를 출시하면서 패널에서 세트(완제품)로 이어지는 이같은 경쟁구도는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미국 뉴스룸 홈페이지를 통해 QD-OLED TV인 '삼성 OLED'의 사전 판매 소식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삼성 OLED는 지금까지 OLED TV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단순한 패널 기술을 뛰어넘는 소비자 경험을 누릴 수 있다"며 "삼성 OLED의 도입으로 2022년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시청자가 자신의 필요와 선호도에 맞게 기술을 맞춤화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OLED TV는 55인치와 65인치 2종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55인치 제품이 2199.99달러(약 267만원), 65인치가 2999.99달러(약 364만원)다. 정식 출시는 다음달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QD-OLED TV(사진=삼성전자)
해당 제품의 국내 출시 시점은 아직 미정인 상황이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 능력은 월 3만장 수준으로 연간 55인치와 65인치 TV 100만대 가량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수율과 소니향 물량 등을 고려하면 가용 패널은 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이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채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연간 100만대 가량을 공급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신규 TV 라인업이라고 보기엔 역부족"이라며 "삼성전자의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구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수급과 관련해 "경쟁사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가능성은 다 열어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대형 OLED 사업은 처음이 아니다. 삼성은 2013년 OLED TV를 출시했으나 수율 등의 문제로 약 1년간의 단기 사업에 그쳤다. 이후 삼성전자는 QLED,
LG전자(066570)는 OLED로 지속적인 신경전을 벌여왔다. 삼성전자는 OLED의 최대 단점인 '번인'을 지적했으며 LG전자는 QLED는 LCD라며 자발광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양사의 갈등은 공정위 제소까지 이어진 바 있다.
지난 2019년 당시 삼성디지털프라자 외벽의 대형 옥외 광고판. (사진=조재훈 기자)
다만 최근 LCD는 블랙의 불완전성, 레이턴시, 빛샘 등의 근본적 문제의 기술적 보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중국업체들의 저가 패널 공세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는 상황이다. 결국 글로벌 TV 시장 내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삼성이 LCD TV 대신 OLED TV를 다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의 축은 확실히 LCD에서 OLED로 이동하고 있다"며 "대형 OLED 패널은 그간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한 공급사였으나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선두주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23.8%를 차지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20.6%)를 2위로 밀어내고 1년 만에 다시 1위에 오른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