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판식을 열고 가동에 들어간 지 일주일째지만 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동계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특히 인수위 면면을 보면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으로 구성, 노동계가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재계와 접점을 넓히면서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새정부 출범 후 노동계와의 갈등이 첨예할 가능성도 커졌다.
24일을 기해 인수위가 본격 가동에 돌입한 지 일주일을 맞는다. 앞서 지난 18일 인수위는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현판식을 가졌다. 인수위는 2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문재인정부 정책과 윤 당선인의 공약들을 비교해 새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부동산 규제와 탈원전을 비롯해 상당 부분 현 정부 정책이 폐기될 전망이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계와의 갈등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우선 윤 후보의 대선 공약집에는 노동계 현안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공약집에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노동부문을 강조하고 △노동이사제 도입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노동조합 권리 보장 △실노동시간 단축 등을 약속한 데 반해 윤 당선인의 공약집엔 노동부문이 2쪽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한국노총은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고문 지지를 선언하며 윤 당선인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더구나 새정부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인수위 구성을 보면 노동계 인사로는 사회복지문화분과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반면 노동계로부터 반발을 사는 인물들이 다수 인수위에 합류했다. 윤 당선인의 정책특별보좌관인 김현숙 숭실대 교수는 박근혜정부에서 고용복지수석을 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 노동개혁을 주도했다. 산업정책을 맡은 경제2분과의 경우 간사인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등 3명이 SK그룹과 관계됐다. 인수위가 공개한 이력을 보면, 이 교수는 SK하이닉스 사외이사를 지냈다.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는 SK중국경제연구소장을 지냈고, 유웅환 위원은 현 SK텔레콤 고문이다.
이에 지난 22일 경제개혁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등은 성명을 내고 노동계가 배제된 인수위 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윤 당선인의 국정 철학은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정부보다는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는 걸로 이해되는데, 인수위의 모습은 공정과 상식은커녕 오히려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첫 단추는 잘못된 인수위 구성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경제 5단체장과 점심 도시락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윤 당선인이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6단체장과 회동을 하면서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걸 제거하는 게 정부의 일"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방적 기업 편들기라는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윤 당선인은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재계는 윤 당선인에게 글로벌 경쟁과 경제활력 등을 명분으로 규제 및 노동개혁, 중대재해처벌법 수정 등을 요청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노동계와 정면으로 대치할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사안이다.
아울러 박근혜정부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사태와 직접 연루됐다는 지목을 받으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경제인 모임에서 제외된 전경련이 윤 당선인과 재계와의 회동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문재인정부는 전경련을 패싱하고 대한상의와 협의했다. 이에 대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수위가 전경련을 먼저 만나려고 하는 건 경제를 재벌과 대기업에 의존하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이명박·박근혜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