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 구체화 되면서 용산 구민들 대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개발 제한과 시위에 따른 교통난이 우려되지만 정작 구민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2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8.1%는 현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 이전은 33.1%만이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용산에서 체감하는 구민 의견은 이전 반대 측이 더 우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종로구 창신동 재개발 후보지에서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용산 국방부 청사 주변의 건축에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개발 제한은 물론 교통 체증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현재 국방부 청사 인근에는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32층)과 삼각맨션(삼각아파트) 특별계획구역(35층)의 정비사업이 각각 추진 중인데, 청와대 처럼 고도제한이 맞물리면 기대했던 정비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통 체증의 경우는 청와대 앞의 시위대가 용산으로 옮겨올 경우 좁은 골목이 많은 삼각지 일대가 막힐 수 있다는 예상이다.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고도제한이나 개발제한 등 모든 것에서 제약을 우려하고 있다"며 "집무실 이전 부지가 위치한 삼각지 인근은 좁은 골목이 많아 늘 교통 체증이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시위라도 일어나면 서울역까지 꽉 막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각맨션(삼각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50대 용산구민은 "집무실 이전을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전을 하더라도 취임 후 천천히 방안을 논의해서 이전하면 되는데 급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집무실 이전 계획 발표에 앞서, 용산구 측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지난 2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용산역사박물관 개관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지방정부인 구청과 논의된 적 없다"며 반발했다.
성 구청장은 "용산은 100년이 넘도록 한가운데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개발이 제한적이었는데, 구민들이 지금보다 더 나빠져서는 안 되지 않겠나"라며 "중앙정부에서 결정하는 일은 지방정부 수장인 구청장이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한 후 협조해야 하는데 전혀 이야기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집무실을)용산 국방부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 '청와대 국방부 이전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