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만기를 또 다시 연장해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대출 연장이 장기화 할 경우 금융권 부실 가능성과 함께 중기·소상공인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업권 협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중기·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오는 9월말까지 다시 한 번 연장하기로 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대출 연장을 요청한지 하루 만에 금융위가 적극 호응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만기 연장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재정지원 대신 금융지원을 늘린 측면이 큰데 결국 부실대출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실대출 처리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결국 금융권에도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대출 연장이 길어지다 보면 중기·소상공인의 대출 상환 의지가 저하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굳이 노력해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부실 대출 처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도덕적해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어느 시점엔 부채·채무조정을 하고 정상화를 해야 할텐데 지금의 방식은 도덕적해이만 계속 키우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장기적으로는 중기·소상공인의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가 이어지면서 만성적 적자가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중기·소상공인이 조금씩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대출 상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겉으로 봤을 땐 중기·소상공인 대출 연체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나오지만 원리금 상환이 유예돼 부실이 잡히지 않았을 뿐 속으로는 곪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거치 기간을 늘리고 장기 분할상환 제도로 가는 식의 대출 상환 제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노래방에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