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공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이어질지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구 권력의 교체시기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 측이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한은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명했으나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협의된 바 없다'며 반발한 것.
한은 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자리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윤 후보측의 이 같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주열 총재의 경우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돼 문재인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윤 후보측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 한은 총재의 공백은 길어질 수 있다.
역대 한은 총재 인사는 대통령 임명만으로 마무리 됐지만 2012년부터는 국무회의 심의,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 임명 순으로 진행됐다. 2012년 한국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청문회 절차가 추가된 것이다.
이주열 총재도 임명 당시 최초 임기시에는 16일만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는 19일만에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주열 총재 임명과정에서 걸린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창용 총재는 빨라도 4월 초중순 무렵 임명될 수 있을 예정이다.
한은 측은 총재 공백시에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해 차질을 줄인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는 송별 간담회에서 "부득이하게 (한은 총재) 공백이 생기더라도 금통위는 합의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4월 14일 열리는 금통위까지도 공백이 생길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위원장 없는 금통위원들이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
이창용 후보자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는 점도 4월 금통위 결정이 책임있게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총재 후보 지명 이후 소감문을 통해 "성장, 물가, 금융안정을 어떻게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성장'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을 두고 '매파'로 불리는 이주열 총재와는 다른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과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공급망 차질 심화와 더불어 국제 에너지 가격에 불을 붙였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올리고, 한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컷(Big Cut)'도 단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국민의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정부가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했지만 식당·카페 등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경제상황이 엄중한 만큼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경제주체들의 판단에 혼란을 줄여줘야 한다. 여기서 한은 총재 임명의 속도전은 필수다.
용윤신 경제부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