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1월 한 달간 시중에 유통된 돈의 양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도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3년여 만에 인상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에 이어 수차례의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연 2% 선의 상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이 17일 발표한 '2022년 1월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65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33조8000억원(0.9%)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시중 통화량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후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추세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증권사 등 기타 금융기관의 통화량은 무려 35조1000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일부 대형 공모주에 100조원 가까운 청약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가폭이 2002년 1월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또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전월보다 4조6000억원 늘었고 기업 부문의 통화량은 전월 대비 6조6000억원 감소했다.
상품별로는 정기예적금이 22조7000억원 증가했다. 수신금리 상승, 예대율 관리를 위한 자금유치 등으로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또 금전신탁은 12조3000억원, 수익증권은 11조8000억원씩 각각 늘었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1월 중 광의통화 증가는 일부 대형 공모주의 청약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수신금리 상승에 따라 예적금이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시중 통화량 증가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도 국내 통화 정책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높인 바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이번 인상을 포함해 연내 총 7차례 오를 전망이다. 위원 중 다수가 연내 적정 기준금리를 1.75∼2.00%로 제시했는데, 나머지 6차례 회의에서 계속 0.25%포인트씩 올려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단행도 불가피해졌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1.25%로 더 높다. 하지만 미 연준이 공격적 금리 인상을 거듭할 경우 연중 금리의 역전 현상은 우려할 부분이다. 한은 내부에서도 자본 유출입 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앞서 한은은 연내 2~3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연준 통화 정책 흐름을 미뤄 볼때 한은으로서는 궤도 수정 없이 연 2% 선까지 상향할 가능성이 높다.
한 금통위원은 "미 연준이 과거와 같이 정책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내외금리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위원도 "향후 주요국의 통화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을 금융 시장이 흡수하지 못할 경우 실물경제 영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금융불균형 완화를 통해 금융 시장의 충격 흡수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간밤 국제금융시장은 주가 상승, 금리 상승, 달러화 약세 등을 시현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며 "국내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2년 1월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653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3조8000억원(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