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단기간 내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사례가 국내에서 재현되려면 기업의 덩치 키우기와 정확한 기업 가치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온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0.1㎎/㎖(5~11세용)' 29만9000회분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처음 개발한 코미나티주와 희석 없이 사용하는 '코미나티주0.1㎎/㎖'에 이어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이 실제 접종 막바지 단계를 완료하게 됐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거대 기업과 바이오테크가 결합해 제품 개발을 단기간에 끝낸 우수 사례로 꼽힌다.
통상 코미나티주를 화이자 백신으로 부르는데 초기 개발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담당했다.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 발생 이듬해인 2020년 백신 개발에 착수, 후보물질을 도출해 화이자에 기술을 이전했다. 바이오엔테크로부터 기술을 넘겨받은 화이자는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각국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바이오엔테크가 후보물질 도출을 시작해 임상 3상을 마친 기간은 10개월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상용화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 기간을 극단적으로 줄인 셈이다.
업계에선 거대 기업인 화이자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바이오엔테크의 공동 개발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의 전형적인 성공 공식이라고 평가한다. 연구소나 바이오테크가 유망 물질을 도출하면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이 많은 빅파마가 이를 넘겨받아 제품화까지 성사시키는 방식이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 (사진=윤한양행)
최근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등장했다.
유한양행(000100)이 신약개발 기업
오스코텍(039200)으로부터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이전받은 것이다. 현재는 유한양행이 임상을 거쳐 '렉라자정'이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신약 31호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허가와 별개로 유한양행은 얀센에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해 현재 글로벌 임상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을 위한 또 다른 성공 방정식은 대규모 인수합병이다. 사노피-아벤티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 화이자 등이 대표적이다.
1973년 출범한 사노피는 1999년 신데라보, 2004년 아벤티스 등을 품에 안는 등 꾸준한 M&A를 거쳐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했다. GSK와 화이자 역시 여러 단계의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위치에 올라섰다.
업계 전문가는 연구소·바이오벤처에서 전통 제약사로 이어지는 신약개발 흐름이 정착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력을 댈 수 있는 기업 규모 확대와 제품화 이후를 대비한 가치 책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전제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연구소나 바이오테크가 갖춘 유망한 기술을 이전받아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키우려면 해외 빅파마들이 그랬듯이 집단적 인수합병을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받은 후보물질이 상용화된 이후 마일스톤이나 로열티를 제대로 책정하는 연습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