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장의 총리 포기 선언이 나오면서 안랩 주가가 급락했다. 총리직 포기에 이어 당권 출마도 고사, 재충전 시간을 갖겠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테마성 재료의 소멸로 읽히는 모습이다. 개인이 주가 하락을 주도하면서 주식을 팔고 떠났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추가 취득 기회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지분을 급격히 늘린 외국인이 향후 안랩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잠재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프=뉴스토마토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안랩(053800) 주가는 1만6300원(11.72%) 급락한 12만2800원에 마감했다. 주요 매도 주체는 개인으로 나타난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10일부터 외국인이 꾸준히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안랩 주식을 123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전체에서 순매도 1위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굳건한 상황이다. 안랩은 지난 20대 대선이 종료된 10일 이후 부터 지난 29일까지 코스닥 전체 종목 중 외국인 순매수 1위, 전체 상장 주식 중에서도 3위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의 러브콜이 집중됐다. 순매수 규모는 1440억원 가량이다. 개인의 매물을 외국인이 고스란히 받아간 셈이다.
급기야 외국계 운용사의 2대 주주 등극 소식도 나왔다. 미국계 운용사인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시큐티리 ETF는 전날 안랩 주식 149만7711주(14.96%)를 신규 보유 중이라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보유 규모는 안 위원장에 이은 두번째 규모다. 영국계 투자운용사인 리걸앤제너럴 인베스트먼트도 안랩 주식 50만5979주(5.05%)를 보유 중이라고 앞서 보고한 바 있다. 반면 JP모건은 지난 21일 53만8878주(5.38%)를 보유중이라고 신고한 이후 곧바로 안랩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 주식을 매도해 지난 24일에는 7만9191주(0.79%)로 주식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5% 지분 신고가 사라진 만큼 JP모건의 잔여 물량도 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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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안랩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29일 기준 27.93%다. 지난 10일에 15.87%에 그쳤지만 두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지난 24일에는 28.16%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감소한 지분율의 이유는 JP모건의 보유 주식 처분이 이유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외국인 지분율로 인해 안랩의 지분 구조는 복잡해졌다. 안랩의 최대주주는 안철수 위원장으로 186만주(18.6%)를 보유 중이다. 현재 3대 주주로 밀린 동그라미재단은 100만주(9.99%)를 보유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철수 위원장의 총리 고사와 당분간 재충전 발언으로 입각에 따른 안랩 주식 백지신탁 이슈는 당분간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선 이후 늘어난 외국인 지분율이 향후 안랩의 회사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안랩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소지는 없는지 등 투자자의 셈법은 다소 복잡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안철수 위원장이 총리 등 새정부 입각을 결정했다면 백지신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안랩의 경영권 상실로 인한 외국인의 최대주주 등극은 피할 수 없었던 사안인 만큼 이 부분도 감안해 입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