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대북 강경기조를 가진 전문가들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제된 메시지’를 당부했다. 이는 윤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선제적 타격”, “주적은 북한” 등과 같은 강경 일변도의 대북 메시지를 낸 데 대한 우회적으로 비판·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신정부 대북정책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토론회에는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한기범 북한연구소 석좌연구위원, 박형중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김준표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 등 대북 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북 강경기조를 주장했다. 오경섭 연구원은 발제문은 통해 “새 정부는 대북제재의 틈을 메워 전략물자 반입과 외화 수입을 봉쇄해야 한다”며 “대북제재는 한미 간 협의를 통해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세계 각국이 대북 제재를 이행하도록 UN 차원에서 대북제재 상시 모니터링과 제재 위반 국가에 대한 패널티 부여 조치를 마련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오 연구원은 “한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핵 억지 수단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라며 “확장 억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B-1B 장거리 전략폭격기, B-2B-52 장거리 핵폭격기, 이지스함, 핵추진 잠수함, 핵 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을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 강령론자들이 주장하는 ‘힘을 통한 평화 구축’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윤 당선인도 후보자 시절 대선 공약으로 킬체인(Kill-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게(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을 통한 대북 압박을 강조해왔다. 오 연구원 역시 “한국형 3축 체계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대북 강경 기조를 따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1·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북 강경론자들도 ‘우려’…“대북 정제된 메시지로 핵문제 관리해야”
하지만 오 연구원 조차 윤 당선인의 강경 일변도의 대북 메시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 연구원은 “새정부에서는 핵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핵심은 새정부가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낼 때 과거 정부들이 어떤 메시지를 낼 때 도발했는지를 보고 정제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만나 대화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니 윤석열정부도 북한과 대화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는 윤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보여줬던 대북 관련 메시지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후보자 시절 낸 대북 메시지로 윤 당선인과 북한이 설전을 벌이면서 국가 안보가 출렁이기도 했다. 북한은 윤 당선인과 설전을 벌이는 동안인 1월 한 달간 7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1월5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그달 11일 “핵을 탑재한 극초소음 미사일이 발사되면 선제타격밖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북한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같은달 14일 추가로 탄도미사일을 발생했고, 윤 당선인은 지지 않고 “주적은 북한”이라고 대결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북한은 17일에 또 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윤 당선인은 같은날 “우리 국민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무엇보다 유명무실해진 ‘3축 체계’를 조기에 복원하고 강화하겠다”고 대응했다.
그러자 북한은 22일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에서 “윤석열이야말로 스스로 전쟁광임을 보여준다”며 “대북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윤석열은 더이상 구태 색깔론으로 남북대결을 조장하지 말고 조용히 후보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살길을 찾는 일임을 알아야 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 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대북정책 단절·청산 아닌 과실 계승도 필요”
한 석좌연구원는 새정부에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대로만 갈 것이라 아니라 계승할 것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석좌연구원은 “최고지도자의 리더십과 확고한 컨트롤타워 정립이 중요하다. 단절과 청산이 아닌 계승과 발전의 관점에서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을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 시기마다 ‘새로운 정책’ 제시는 과실이 달리기도 전에 넝쿨 채 뽑아버리는 행위이며 북한이 남한의 정책을 우숩게 생각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 ‘평화’와 ‘통일’을 갈라놓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평화와 통일은 대체의 개념이 아니라 ‘평화로운 통일 추구’가 우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며 상황에 따라방점이 달리면 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