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정부 임기말 인사권 문제를 놓고 신구 권력인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시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몰염치한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하자, 청와대가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파열음이 났다. 양측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이후 진행되고 있는 후속조치 논의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먼저 포문을 연 건 윤 당선인 측이었다. 인수위는 지난 28일 선임된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를 현 정권의 '알박기' 인사로 비판하며 감사원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과 관련해 "문 대통령 동생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외형상 민간기업의 의사회 의결이란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나,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자초하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표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이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청와대가 박 대표 선임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청와대는 전혀 개입하고 관여한 바가 없는데, 인수위가 오히려 사장 인사에 탐을 내고 있다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를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강하게 표현하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수위가 인사에 대한) 의심만으로 문재인정부가 몰염치하다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이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와 인수위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권을 놓고 다시 부딪히면서,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이 재현됐다. 양측은 그동안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원 등의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청와대 회동으로 봉합되는 듯 보였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폭발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양측 갈등 상황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추가경정예산안 등 회동 이후 후속조치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양측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체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인사권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부는 현재 실무라인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 사면 협의를 안했는데 실무협의에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윤석열정부의 몫으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경의 경우, 청와대와 인수위는 논의 과정에서부터 갈등 양상이 보이고 있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추경 관련 작업은 인수위에서 하고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 (추경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인수위가 현 정부 임기 안에 추경을 제출한다는 계획에서 이를 뒤바꾼 것이다. 추 간사는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인가'라는 지적에 대해 "그건 관계없다"고 했지만 기존 계획에 변화가 생긴 것은 무엇보다 실무협의 과정에서 양측의 이견으로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논의도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의 경우, '면밀한 검토'에 주목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이 안보 공백을 초래하지 않을 만한 이전 계획안을 제시하면 예비비 편성에 최대한 협조할 수 있지만, 이전 방안을 두고 이견이 빚어지면 예산 지원을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정부 교체기에 안보태세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비비는 원칙적으로 당연히 협조할 것이고, 그쪽에서 원하는 안을 만들어오고 업무 수행에 지장만 없으면 4월에 한미연합훈련에 지장이 없는 한 최대한 협조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