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렸다.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2일 아침. 처음에는 심한 몸살이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검사키트로 꾸준히 양성 여부를 살폈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을 뜻하는 두 줄은 다음날 밤 늦게서야 나왔다. 영원히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제 확진되더라도 당황하지 않으려 체온계며 상비약도 구비했다. 자가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도 느끼지 않았던 당혹스러움은 확진을 위해 찾은 동네 병원에서 맞닥뜨렸다.
기자는 주말 밤 늦게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 결과를 확인해 월요일 오전에야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는 병원에는 각종 증상으로 내원한 이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그 중에는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신속항원검사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이 남성과 병원 관계자의 대화를 들었다. 남성은 홀로 거주하는 재택치료자인데 약 처방을 받으려 왔다며 운을 뗐다. 간호사로 보이는 이는 자가격리 기간에는 외출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그럼 어디서 약을 받아야 하냐며 되물었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대화였지만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예닐곱명의 환자와 보호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간호사는 "이번 한 번뿐"이라며 진료 접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병원 출입문 밖 계단 근처에 간이의자를 내줬다. 기자가 검사를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 남성은 간이의자에서 자리를 지켰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외래진료센터 지정을 신청하면 코로나19 확진자도 대면 진료할 수 있다. 격리 중인 재택치료자가 사전예약하면 가까운 외래진료센터에서 진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날 기자와 같은 병원을 찾은 남성이 대면진료를 사전예약했는지 불분명하다. 상황으로 추정컨대 사전예약 없이 가까운 병원을 찾은 듯하다. 간호사 역시 이날부터 확진자 대면진료가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확실치 않다. 남성과의 대화만 놓고 보면 바뀐 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한다.
이 같은 상황은 익숙해질 때쯤 바뀌는 재택치료자 관리지침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마땅하다. 그동안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재택치료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했다. 이후에는 어디서 확진 판정을 받느냐에 따라 집중관리군에 포함될 이들도 일반관리군으로 귀속시켰다. 진료 역시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다가 이내 대면을 허용했다.
팬데믹은 감염병이 급속도로 확산해 여러 측면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상황과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정책 결정도 그에 맞게 내려져야 한다. 단,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용납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현 체계는 당사자인 재택관리자가 이해하기도, 용납하기도 힘들다고 봐야 한다. 기존 방침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워서다. 병원 관계자도 바뀐 지침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은 덤이다.
묻고 싶다. 자가격리 중인 재택치료자도, 병원 쪽 사람들도 매번 헷갈리는 이 상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동지훈 산업2부 기자